[기고]승차공유로 교통 체증 해소

브룩스 엔트위슬(Brooks Entwistle) 우버 아태지역 최고사업책임자.(사진=우버코리아 제공)
브룩스 엔트위슬(Brooks Entwistle) 우버 아태지역 최고사업책임자.(사진=우버코리아 제공)

아시아에 처음 방문한 1990년대 초반 때만 해도 태국의 방콕 시내와 돈무앙 공항 간 이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독특한 부가 산업이 성행하고 있었다. 길거리 행상이 갓길에서 이동식 화장실을 운영하며 볼일 급한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한 것이었다.

최근 방콕을 방문했을 때는 교통 체증에 워낙 단련돼서인지 이동식 화장실을 운영하는 행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교통 시스템과 도로가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음에도 방콕의 교통 체증은 예전보다 더욱 심화됐다. 물론 방콕은 아시아 전역에서 교통체증이 가장 심한 도시 가운데 한 곳이지만 이곳뿐만 아니라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주요 도시 대부분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시내 교통 체증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교통 체증의 원인을 찾아내기란 여간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법을 찾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러나 대중교통과 도시계획 투자 이외에 막대한 정부 예산을 쏟지 않아도 되는 해법이 하나 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이미 보유한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즉 스마트폰으로 도로에 이미 가득 들어차 있는 자동차를 좀 더 스마트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연계가 꽤나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우버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은 승차 공유를 쉽게 하고, 더 많은 승객을 더 적은 숫자의 차량으로 이동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승차 공유는 개인 차량 소유를 대신할 지속 대체재로서 교통 체증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밤낮 상관없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탭 한 번에 적당한 가격으로 시내를 이동하고, 단 몇 분 만에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다면 굳이 개인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최근 우버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승차 공유가 개인차 소유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면 70%에 이르는 자가용 차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통 체증은 이동하고 있는 차량이 점유하는 도로 위 공간에서 발생하는 가시성 문제다. 차량은 이동하지 않을 때도 주차 공간을 차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서 승차 공유를 장려하는 도시에서는 주차 수요가 급격하게 줄고, 공원·광장·학교 등 도시 필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이 점차 늘어난다. BCG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 있는 차량을 모두 주차시키려면 홍콩 면적 25배에 이르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쉽고 간편한 승차 공유로 교통 체증 해소와 동시에 원활한 도시 교통을 위해서는 탄탄한 대중교통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서 정부 및 관련 기관은 단순히 지하철역과 기차역을 늘리는 것을 넘어 버스 운행 경로가 복잡하거나 도보 이동 구간이 길어서 짧은 구간이라 해도 통근 시간대에 유독 택시 이용 빈도가 높은 이른바 '라스트 원 마일'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승차 공유는 바로 이러한 간극 메우기에 최적화된 대안이다. 지난달 싱가포르 정부는 차가 없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차량 소유를 줄이고 대중교통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약 30%의 우버 운행이 지하철역 근처에서 시작하거나 끝난다. 싱가포르가 승차 공유 스타트업을 장려해 온 것은 우연이 아니며, 우버는 이와 같은 도시 계획을 이루기 위해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 할 수 있다.

결국 쉽고 간편한 승차 공유는 증가하는 도로 위 차량을 오히려 도시 교통 체증 해결책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역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궁극으로는 출퇴근 '전쟁'의 수준에 다다른 교통 체증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도로 위 자가용들을 절대악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더욱 효율 높게 이용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브룩스 엔트위슬 우버 아태지역 최고사업책임자 yoomi.choi@ub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