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W 산업진흥법, 개정하면 뭐하나

【사진1】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스포타임에서 'SW 산업 육성을 위한 공공 SW 사업 혁신 방안, SW 아직도 왜? TF 보고 발표회'를 가졌다.

[기고]SW 산업진흥법, 개정하면 뭐하나

이 자리에서 유영민 장관은 “단발성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도록 문제점이 뿌리 뽑힐 때까지 제도 정착 여부를 끝까지 추적,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의 폐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8대 국회 말에 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속도 없고 뜬금없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법 개정 이전의 공공정보화 사업 대부분은 국내 극소수의 재벌 계열 IT 대기업이 수주했다.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법안소위 속기록을 보면 이들 IT 대기업이 수주한 작업 대부분을 중소 IT 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마더 피' 명목으로 거액을 챙기고 있고, 위장 계열사를 통해 부당 이익을 취했다. 이른바 IT 대기업 '갑질 논란'과 관련된 사안이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대기업의 갑질 이면에는 중소 IT 기업의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가 있었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SW산업진흥법'은 '국방·외교·치안·전력, 그 밖에 국가 안보 등과 관련된 사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산자위 법안소위 및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에는 '등' 자가 없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가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느 한 측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이 통과된 후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책연구기관에 연구 용역을 발주, '등'의 범위를 확대 해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당초 SW법 개정 취지가 상당 부분 희석됐다. 재벌 기업은 강력한 로비 활동을 벌이면서 웬만한 공공정보화 사업은 '등'에 해당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SW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같이 대기업을 위한 '등'의 억지 해석으로 예외사업 심의위를 통과한 공공 정보화 사업은 무려 수백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우정사업본부, 국책은행 또는 증권예탁원의 정보 시스템 등이 '국방 등'에 해당된다며 법망을 피해 나가면서 IT 대기업이 수주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주거래은행 선정 사업에 IT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는 공단 내 경영관리 시스템 개발 사업을 포함시킨 제안요청서를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가 공공정보화 사업 발주 시에 지켜야 할 19개 조항 가운데 9개를 어겼기 때문에 공공정보화 사업을 분리해서 발주하라는 협조 요청 공문이나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의 복지위 국정감사장에서의 지적, 정보산업협동조합의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한 시정 요구 공문 발송,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도 소용 없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일방향으로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중소업계에서 흘러나온다.

공무원이 사실상 법 준수를 외면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어느 중소 IT 기업 사장이 '법을 개정하면 뭐하나'라는 불만 가득한 하소연이 귓전을 맴돈다.

SW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가운데에서도 근간이다. 정부가 실효성 있는 SW 산업 대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경쟁력 확보는 고사하고 대기업과 정부 산하기관 간 짬짜미 사업만 늘 것이 자명하다.

이호연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소장 leehoyon8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