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빅데이터, 고객 충성도(Loyalty)로 연결돼야

윤미정 올리브네트웍스 CJ ONE 담당 상무
윤미정 올리브네트웍스 CJ ONE 담당 상무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에서 여우는 친구인 두루미를 집에 초대한다. 여우는 끓인 스프를 접시에 담아 대접하지만 두루미는 긴 부리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이후 두루미는 생선 튀김을 호리병에 담아 여우에게 대접했다. 그러나 여우는 냄새만 맡았다.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를 골려 주기 위해 한 행동일까. 작가의 속내는 모르지만 여우와 두루미는 진심을 다해 음식을 준비했을 것이다. 다만 상대방 입장에서 음식을 준비했다기보다 자기 관점에서 좋은 것을 준비했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오류 가운데 하나다.

사람은 태어나고 살아온 시간, 환경, 경험, 가치관, 문화 배경에 따라 취향이 서로 다르다. 그 다름을 정확히 읽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빅데이터는 이런 서로 다른 관심사와 선호도를 알아내고 그에 맞춰 고객을 응대하게 해 주는 최적의 수단이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중심 기업가 대표로 꼽힌다. 아마존은 기업에 있는 모든 고객 구매 데이터를 기본으로 조회해서 검색 및 연관 구매 이력 등 로그(Log)라고 하는 데이터를 활용한다. 고객이 관심 있는 상품을 아마존 사이트에서 보여 줌으로써 일일이 카테고리를 찾아 볼 필요가 없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특히 '나'를 분석해서 자동으로 보여 주는 연관 상품 및 카테고리는 특별한 목적 없이도 몇 시간 동안 소비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클릭하게 하도록 하는 '쇼핑의 즐거움'을 준다.

아마존이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 모두 고객 관심사를 면밀히 파악해서 더욱 편리한 구매가 이뤄지도록 하고 싶은 열정의 결과다.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충성도와 성과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빅데이터는 모든 영역의 중심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화두는 수집과 분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는 수집, 분석이 끝난 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 순서가 바뀌었다. 고객 충성도를 끌어내는 차별화된 가치는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고객 만족도와 구매 편리함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를 먼저 도출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 활용법을 고민한 뒤 실행에 옮겨야 한다.

빅데이터로 찾아내는 고객 경험이 아마존과 같은 개인화나 상품 추천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빅데이터의 목적은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해서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고객이 가치를 경험하고 만족할 때 비로소 우리는 고객 충성도를 얻을 수 있다.

CJ 그룹의 통합 라이프 멤버십 서비스인 CJ ONE은 주 고객층이 문화와 트렌드에 관심 많은 20~30대 여성이 60%라는 점에 착안, 올 한 해 '문화를 만드는 CJ' 이미지에 맞는 새로운 고객 경험을 시도했다.

그 결과 약 60만명의 고객이 행사에 참여했고, 가족 및 친구와 전시를 관람한 고객의 감사 댓글이 급격히 늘었다. 문화 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의 CJ 브랜드 월 이용 금액이 이전 대비 5% 이상 상승했다. 일부 고객은 최대 50%까지 급증했다. 실제 구매와 무관한 행사였지만 브랜드 고객 만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유뿐만 아니라 구매 충성도까지 자연스레 연결됐다.

고객은 각자 스스로 경험한 바에 의해 만족과 불만족을 느낀다. 만족한 고객은 경험 반복과 더불어 개별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 된다. 반복 구매와 추천으로 충성도를 보여 준다. 그러나 불만족한 고객은 아주 손쉽게 온라인 세상에 불만을 드러낸다. 여우와 두루미가 상대방을 얼마나 기분 나쁘게 했는지는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윤미정 올리브네트웍스 CJ ONE 담당 상무 mijeong.yun@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