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개는 어떻게 친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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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주둥이에 동그란 눈, 어떻게 보아도 귀여운 생김새. 용맹과 충성을 겸비한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 2018년 새해 '무술년'의 주인공, 개다. 개는 인간이 사는 어느 곳에나 있다. 설원의 썰매를 끌고, 사냥터의 앞줄에 섰다. 아이와 노인을 위로한다. 12간지 동물 중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개는 왜 이토록 인간과 가까운 사이가 됐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는 천부적인 교감 능력을 가졌다. 영국 에이버테이대 연구팀은 반려견과 전문 훈련을 받은 개, 유기견을 비교 관찰했다. 이들은 하품을 따라하는 등 사람의 특정 행동에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행동은 주인이 없는 개에서도 관찰됐다. 인간과 오랜 관계를 맺지 않았더라도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보유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능력은 특별한 훈련이 아닌 진화 과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는 늑대가 조상이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분리된 진화 과정을 거쳤다. 과학계는 DNA와 화석 분석을 통해 1만5000~4만 년 전 사이에 '개'라는 동물이 출현한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이 정착을 시작할 전후 주위에 살던 늑대가 길들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개의 기원이 어느 지역인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인간과 생활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분분하다. 지난해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역사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9000년 전 암각화를 발견했다. 암각화에는 인간이 줄에 묶인 개와 함께 사냥하는 모습이 표현됐다. 이때도 인간이 개를 길들여 생활했다는 증거다.

개가 인간사의 가장 오래된 가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과학계는 약 1만8000년 전 빙하기 말기에도 인간과 생활했을 것으로 본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넓은 생태 분포를 보인다. 기원전 9500년 경 주인과 함께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아지 화석도 있다.

기원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2000년대 초에는 동남아시아의 개가 유전적 다양성이 적다는 점에서 '기원'으로 지목됐다. 중동은 늑대 DNA가 현생 개와 비슷하다. '중동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2016년 개 DNA 1000여 종을 분석해 중국 남방이 개의 기원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에도 중국·스웨덴 공동 연구팀이 수컷 개의 성염색체를 분석해 개의 가축화가 중국 양쯔강 남부에서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개를 길들여왔다는 '복수 기원설'이 힘을 받는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5000년 전 개 유골에서 세포핵 DNA를 추출해 현생 개 605종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6400~1만4000년 전 지역에 따라 견종이 분리된다고 봤다. 개가 아시아, 중동, 유럽에서 따로 길들여졌다는 얘기다.

분명한 점은 어느 지역이든 인간이 개의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개의 예민한 후각과 강한 체력은 사냥에 유리하다. 개는 사람보다 후각이 최소 100배 예민하다. 종류에 따라 1만~1억 배 냄새를 잘 맡는다.

청각도 예민해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가 사람의 4배가량이다. 사람은 2만 진동수를 겨우 듣는데 반해 개는 10만~70만 진동수를 들을 수 있다.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도 뛰어난 청각 덕분이다. 예민한 후각과 청각 덕분에 개는 지금도 탐지견·수색견으로 활약한다.

자기 영역을 철저히 지키는 용맹성, 주인을 잘 따르는 충성심과 뛰어난 귀소본능도 인간과 개가 가까워진 결정적 요인이다.

개는 시각은 약해 색깔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뛰어난 수색견도 다갈색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정도를 구별하지만 색 차이를 뚜렷이 인지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반려 동물로서 역할이 돋보인다. 2016년 미국 미주리대·옥스퍼드 마이애미대 공동 연구팀은 개를 키우는 노인이 육체적으로도 더 건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정기적으로 개와 산책하면서 부족한 운동량을 채운 결과, 반려견과 함께 생활한 노인의 체질량이 좋게 나왔다는 것이다. 스웨덴 연구팀은 혼자 사는 사람이 반려견을 키우면 사망 위험이 33%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반려견이 어린이의 활동량과 면역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도 여러 차례 나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