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항생제가 듣지 않는 장내 세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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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환아 4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환아 3명의 혈액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의 내성 유전자 염기서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환아에게 투여된 지질영양 주사제에서도 같은 균이 발견됐다고 보고하면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ISTI 과학향기]항생제가 듣지 않는 장내 세균이 있다?

◇장내 세균이지만 면역 저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이 균은 장내 세균과(科) 시트로박터속(屬)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다. 시트로박터속 균은 물이나 토양, 음식, 동물이나 사람의 장관에서 흔히 발견된다. 건강한 사람의 일부에서는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주로 호흡기나 비뇨기, 혈액 등으로 감염되는데 의료 행위로 인한 감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형태는 요로감염이 전체 40~50% 차지하지만 복강 내 감염, 담도 감염, 호흡기 감염, 수술부위로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통성혐기성 그람음성막대균으로 생존에 필요한 영양 요구만 갖춰져도 잘 자라며 독소는 균체 내에 있는 독소로 가열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람음성막대균은 그람염색법이라는 세균염색법으로 염색했을 때 붉은색으로 염색되는 세균이다. 막대균은 막대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장균(Escherichia. coli),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aemophilus influenzae) 등이 이에 속한다.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은 균혈증의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균혈증은 균이 혈액 속에 들어가 온몸을 순환하고 있는 상태다. 보통 체내 혈액 속에는 세균이 없다. 우리 몸에 세균이 침입해도 혈관에 들어가면 백혈구에 의해 제거된다. 하지만 감염 등으로 몸의 일부에서 발생한 염증이 심해지면 증가한 세균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게 된다. 균혈증에 걸리면 몸에서 열이 많이 나고 백혈구 수치는 올라간다.

사진1.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비극의 원인은 병원 내 세균 감염인 것으로 기울고 있다.
<사진1.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비극의 원인은 병원 내 세균 감염인 것으로 기울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맥으로 이어진 주사제를 통해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병원에 존재하던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의료진 실수로 주사제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료진 손을 통해 균이 전파된 의료관련 감염 사례가 있다.

균혈증이 심하면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패혈증은 혈액 속에서 온몸을 순환하던 균이 증식하면서 이들이 분비하는 독소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전신에 염증이 생기면서 장기가 손상되는 병이다. 간, 신장, 폐, 뇌 등 중요한 장기가 망가지면서 간 수치, 신장 수치가 나빠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의식이 떨어진다. 몸에 산소 농도가 떨어지고 소변도 잘 나오지 않아 몸이 붓는다. 또 피부 곳곳에 멍이 생기고 출혈이 일어난다.

더 악화되면 패혈증 쇼크가 온다. 장의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황달로 몸이 노랗게 변한다. 심장과 혈관도 영향을 받으면서 수축기 혈압이 90㎜Hg 아래로 떨어진다.

패혈증에도 항생제를 쓴다. 이와 더불어 항생제가 원인 미생물을 잡아줄 때까지 떨어지는 혈압을 잡아 줄 승압제와 호흡을 대신 유지해주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데 환자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다. 패혈증 환자 16%, 패혈증 쇼크 환자는 46%가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생제 내성균 돌연변이 가능성도 배제 못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또 다른 특징은 항생제 내성이 잘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균 역시 질병관리본부에서 항생제 내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광범위 베타락탐계 항생제 분해효소(ESBL;Extended Spectrum Beta Lactamase)' 내성균으로 확인됐다.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세포벽 합성을 방해해 세균의 증식을 막는다. 페니실린이나 세파로스포린, 카바페넴 등이 대표적이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베타락탐이라는 성분이 박테리아의 효소에 결합해 세포벽을 이루는 물질인 펩티도글라이칸의 합성을 막아 세포분열을 방해한다. 이에 박테리아는 베타락탐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거나 구조를 바꿔 베타락탐을 피하는 방법으로 페니실린을 무력화했다.

사진2.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세균에 방어하는 항생제를 만들어도 곧 세균은 그것에 적응하고 다시 진화한다.
<사진2.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세균에 방어하는 항생제를 만들어도 곧 세균은 그것에 적응하고 다시 진화한다.>

이에 1950년대 말에는 메타실린이라는 또 다른 베타락탐계 항생제가 출시됐는데 이후 이 항생제에도 내성을 가진 미생물이 발견됐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이 그 예로 이 균은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항생제 내성균 일종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에 사망한 신생아의 아버지는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시는 이렇게 억울하게 어린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원인 규명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다.

글:이화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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