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눈 뜨면 보이는 미래자동차 산업의 기회

'자동차'와 '인공지능(AI)', 두 단어의 낯선 만남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그런데 왜 자동차와 AI인가. 40년 전 일본·독일 등에서 시작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은 크게 세 단계 변곡점을 거쳤다.

첫 번째 변곡점은 2005년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DARPA 그랜드 챌린지'였다. 세계 최초로 장거리 험로 구간을 주파하는 최종 결선에서 자율주행차 23대 가운데 5대가 240㎞를 완주했다. 이에 고무된 전문가들은 고성능 차량 센서가 인간 운전자와 유사하게 완전 자율 주행을 시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자 센서 기능 한계로 인해 이 같은 기대는 곧 벽에 부닥쳤다.

두 번째 변곡점은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다. 패기에 찬 독일 엔지니어는 자율 주행 센서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더해 마치 원격 조정되는 듯한 자율주행차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리 분석된 시나리오에서만 동작하는 전통의 소프트웨어(SW) 구조 한계로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였다. 여기에 진정한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딥러닝 기반의 AI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변곡점이다.

이제 미래 자율주행차가 AI의 힘으로 달릴 것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한편으로 자동차 AI 구현은 극단의 도전이다. 자동차 AI를 위해 차량 전장 시스템은 고성능 실시간 컴퓨팅을 수행하면서도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을 소화해야 한다. 이에 더해 탑승자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기능 안전과 철통같은 사이버 보안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백열등 몇 개를 켤 정도의 약한 전기 에너지로 시현해야만 한다. 이것이 자율주행차를 꿈꾸는 세계 엔지니어들이 풀어야 할 난제다. 역설이지만 바로 여기에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혁신 미래가 있다.

자율 주행 센서는 끊임없이 방대한 양의 영상 데이터와 3D 데이터를 생성해서 차량으로 흘려보낸다. 기존의 자동차 전용 통신망으로 이를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량용 고성능 기간망이 필요하다.

또 다수의 AI 알고리즘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수백만, 수천만의 드라이스톤밉스(DMIPS)급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이 요구된다. 다수의 저성능 자동차전자제어장치(ECU)를 탑재한 현재의 전장 시스템은 퇴조하고 소수의 초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이 미래 자율주행차에 탑재된다.

정보기술(IT) 산업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자동차용 개인컴퓨터(PC) 산업 또는 자동차용 스마트폰 산업이 새로이 등장함을 의미한다. 놀라운 점은 이런 변화가 너무나 확실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이 바로 PC 산업, 스마트폰 산업의 전통 강자라는 사실이다.

지나간 PC 산업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폰 산업은 한국이 미래 자동차용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자동차 역사에서 PC 산업의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행동하라는 것이다. 또 스마트폰 산업에서 애플과 구글 같이 혁신하라는 것이다.

한국은 미래 자동차를 위한 하드웨어(HW) 컴퓨팅 플랫폼 설계를 선도해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OEM)와 적극 협업, 이를 표준 컴퓨팅 플랫폼으로 각인시켜야 한다. 이와 동시에 스마트폰 산업의 안드로이드처럼 SW 플랫폼 개발을 선도해야 한다. 자동차 AI에 특화된 미래 지향형 SW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자동차 AI 플랫폼은 필연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나 구글 안드로이드와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차량과 같은 임베디드 환경에서 동작하면서 실시간으로 방대한 센서 데이터를 소화하는 센서 퓨전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SW 기술이나 프로그래밍 언어, 시스템 SW와 다른 혁신 SW 기술이 망라돼야 한다. 이런 혁신이 바로 미래 자동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된다.

MS가 소규모 벤처 기업이었을 때,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인수되기 전 스타트업이었을 때 오늘날과 같은 위상을 예측한 이는 드물다. 자동차 산업의 혁신은 산업의 고정된 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미래를 꿈꾸며, 빠르게 움직이는 역동성에서 분출된다. 한국 기업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이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필연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성수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sshong@redwood.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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