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어떤 길도 거침없다” 국산 픽업트럭 자존심 '렉스턴스포츠'

렉스턴스포츠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정반대 모습을 보여줬다. 온로드에서는 '터프'한 외모와 달리 조용하면서 부드러웠다. 반면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맹수처럼 돌변했다. 웅덩이가 파여 있고, 통나무가 깔려 있어도 거침없이 지나갔다. 얼어붙은 강 위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주행했다.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제공=쌍용자동차)

지난 17일 경기도 가평 소남이섬 인근에서 진행된 미디어 시승을 통해 렉스턴 스포츠를 체험해봤다. 시승은 2개 코스로 진행됐다. 왕복 86㎞ 고속도로를 달리는 온로드 코스와 소남이섬 내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였다.

코드명 Q200으로 개발한 렉스턴스포츠는 무쏘스포츠(2002년), 액티언스포츠(2006년), 코란도스포츠(2012년) 계보를 잇는 픽업트럭이다. 기존 쌍용차 픽업트럭은 D세그먼트(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기본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렉스턴스포츠는 E세그먼트(준대형급) SUV인 G4렉스턴과 플랫폼, 부품을 공유해 등급을 올렸다. 쌍용차는 렉스턴스포츠를 '오픈형 SUV'로 정의하고 레저용으로 더욱 폭넓게 소비되도록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제공=쌍용자동차)

렉스턴스포츠는 전장 5095㎜, 전폭 1950㎜, 전고 1840㎜로 국내 SUV 중 가장 크다. 기존 코란도스포츠보다 전장 105㎜, 전폭 40㎜, 전고 50㎜ 커졌다. 웅장한 느낌이 시선을 압도했다. 렉스턴스포츠는 축거(휠베이스)도 코란도스포츠보다 40㎜ 늘어난 3100㎜다. 덕분에 기존에 단점으로 지적됐던 2열(뒷좌석) 공간이 넉넉해졌다.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다. 코란도스포츠가 투박한 농촌 청년 같았다면, 렉스턴스포츠는 근육질 운동선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전면부 그릴의 숄더윙 라인이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는 부분은 G4렉스턴과 동일한 디자인 콘셉트가 반영됐다. 다만 그릴 중앙에는 가로지르는 크롬라인을 넣어서 차별성을 뒀다.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제공=쌍용자동차)

측면부 캐릭터라인도 G4렉스턴과 비슷했다. 뒷문에서 시작되는 라인이 데크 끝부분까지 이어져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후면디자인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후미등, 데크 도어 디자인이 G4렉스턴보다 코란도스포츠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G4렉스턴과 비슷한 형태의 후미등을 적용했다면 고급스러우면서 역동적인 느낌이 더욱 강조됐을 것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G4렉스턴처럼 고급스러우면서 군더더기 없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넉넉한 공간이 제공됐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 디자인은 G4렉스턴과 동일했다. 9.2인치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 3차원(3D) 어라운드뷰모니터, 애플 카플레이 등 다양한 커넥티비티 기능을 갖췄다. 2열은 각도조절이 안됐지만, 적당히 뉘어져 있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실내 인테리어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실내 인테리어 (제공=쌍용자동차)

온로드 주행성능은 예상과 달리 부드러웠다. 고속주행, 와인딩(곡선) 주행에서 픽업트럭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급 SUV에 가까웠다. 부드럽게 세팅된 서스펜션과 차체 79.2%에 적용된 고장력 강판이 만들어낸 주행감각이었다. 정숙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주행 중 실내로 엔진음, 노면음 등 소음이 크게 유입되지 않았다. 쌍용차 약점 중 하나였던 'NVH(소음 및 진동)' 성능을 대폭 향상시켜 시속 100㎞에서도 동승자와 편안한 대화가 가능했다.

다만 고속주행에서 한 번 더 치고 나가는 '펀치력'은 부족했다. 렉스턴스포츠는 e-XDi220 LET 디젤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최고출력 181마력에 최대토크 40.8㎏.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중저속과 시속 100㎞ 속도까지는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영역에서는 시원하게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오프로드 주행 모습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오프로드 주행 모습 (제공=쌍용자동차)

렉스턴스포츠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발휘됐다. 주행모드를 4륜 로우(Low)로 변경하고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쌍용차는 소남이섬에 언덕경사로, 통나무, 자갈 슬라럼, 모래웅덩이, 빙판길, 사면경사로 등 10가지 오프로드 코스를 준비했다. 경사가 40도 가량 되는 언덕경사로에서는 등판능력과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HDC)' 성능을 알아봤다.

통나무코스, 범피코스, 모래웅덩이, 모굴 등 난이도가 높은 곳에서도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차량이 한 쪽으로 쏠리거나 웅덩이에 빠져서 네 바퀴가 모두 지면에 닿아있지 않아도, 강력한 힘으로 빠져나갔다. 자갈길에 마련된 슬라럼 구간에서는 고속으로 차량을 돌려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빙판길에서는 급가속 후 급제동도 일반 노면처럼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오프로드 주행 모습 (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오프로드 주행 모습 (제공=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은 2320만~3058만원이다. 코란도스포츠보다 200만원 가량 인상됐지만, 차량 사양이나 플랫폼 변화를 고려하면 '착한가격'이다. 화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에 불과하고 개인 사업자 부가세 환급(차량가격의 10%)까지 받을 수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