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텍스트 콘텐츠의 미래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이수희 조아라 대표
<이수희 조아라 대표>

웹소설을 좋아해서 하루에 한 시간, 많을 때는 서너 시간 웹소설을 읽는다. 가끔 전철에서 사람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으로 뭔가 보는 것을 보면 앞으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할까 궁금해진다.

국내에서는 2009~2010년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웹소설이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네이버, 2014년 카카오 등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웹소설 시장은 더욱 커졌다. 조아라(JOARA)도 2009년 콘텐츠 유료화로 매출 1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두세배 성장, 지난해에는 171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이상 커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다. 웹소설,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시도해 본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웹소설 시장의 미래가 마냥 밝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웹소설은 텍스트 콘텐츠다. 이미지나 영상은 정보가 압축돼 있어서 소비자가 의식된 사고 없이도 쉽고 편안하게 즐긴다. 반면에 텍스트를 소비하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이미지를 상상해야 하고, 필자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멈춰서 곱씹어 생각하고, 다시 읽는 등 여러 종류의 의식된 사고 행위를 하게 된다. 이것을 즐기는 소비자도 있지만 엄청난 정보량이 쏟아지고, 이를 빠르게 받아들이거나 습득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글 읽기는 비효율이거나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양한 콘텐츠 포맷 가운데 텍스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층이 넓지 않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웹툰을 보는 것이 편하고, 웹툰보다는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 편하다. 현재 10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영상으로부터 지식 정보를 얻는 것이 당연시된다. 앞으로 텍스트 소비자 확보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웹소설 시장이 지속 성장하려면 신규 사업으로 시장 자체를 키우거나 해외로 나가 시장을 넓혀야 한다. 또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쉽지가 않다.

이 세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두고 유관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업에서는 웹소설 2차 저작물 제작이나 웹소설의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 그러나 가장 관심이 가는 동력은 기술 변화다. 미래에 스크린 범위의 제약이 없어지는 개인 통신기기가 상용화되거나 곡면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웨어러블 통신기기가 상용화된다면 콘텐츠 소비 방식은 크게 변화될 것이다.

팔찌처럼 팔에 감기는 태블릿이 대중화되면 어떨까. 아마존 킨들은 '독서 경험'에 집중, 처음부터 타깃이 명확한 상품이다. 반면에 스마트폰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팔찌형 태블릿'이 상용화되면 넓은 스크린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재미를 안겨서 소비자층을 확대할 수 있다.

스크린 투사는 더욱더 혁신 방식이다. 모바일에서는 화면 크기의 한계로 글 전체 얼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내 눈앞에 스크린을 투사할 수 있다면 화면이 무한 확장되면서 정보 파악이 훨씬 용이해진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공중에 있는 디지털 정보 저장소를 뒤져서 정보를 찾아내듯 우리도 여러 글을 동시에 띄워 놓고 읽거나 유관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게 된다.

기술 변화가 아주 먼 미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웹소설을 주로 다루는 조아라가 하드웨어(HW)를 만들긴 어렵지만 필자는 새로운 시장이 개화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술 트렌드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인간은 처음 점토판에 글을 새겨 기록했다. 종이를 발명한 뒤에는 정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조각 단위로 정보를 인식한다. 웹소설 연재는 쉽게 말해서 책 한 챕터 한 챕터를 모바일에서 쪼개 놓은 방식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 비서 등 다양한 기술 시도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아직은 무엇이 소비자로부터 최종 선택을 받을지 알 수 없다. 변혁 과도기에서 텍스트 콘텐츠의 새로운 소비 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잡는 기업이 앞으로 텍스트 콘텐츠 사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이수희 조아라 대표 ts@joa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