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율주행차, 평창 계기로 주도권 잡자

[기자수첩]자율주행차, 평창 계기로 주도권 잡자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자동차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업계는 후발 주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 인터내셔널이 최근 발간한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점수 20.71점으로 20개 평가 대상 국가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평가 항목별로 보면 △기반시설 6.32점(4위) △기술·혁신 4.24점(9위) △소비자 수용성 4.38점(11위) △정책 및 제도 5.78점(14위)를 각각 기록했다. 기반 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하위권이다.

우리나라는 자율 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 준비 전반에 걸쳐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량, 사람이 다니는 곳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자율주행차 시험이 진행되는 지역의 인구 밀도는 5%에도 못 미쳤다. 싱가포르(100%), 네덜란드(79%), 캐나다(37%), 미국(20%) 등과 비교하면 실험실 수준에 불과했다. 소비자 변화 준비 지수 조사에서도 136개국 가운데 36위로, 소비자 역시 준비가 부족했다.

자율 주행 부문의 연구개발(R&D)도 많이 뒤처졌다. 국내 완성차·부품 업체가 R&D는 하지만 원천 기술을 확보한 곳이 없는 실정이다. 자율 주행 솔루션 전문 업체도 전무하다. 고객 서비스를 통한 자율 주행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차량호출(카헤일링) 서비스도 부족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가 발간한 '자율 주행 기술 리더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5위로 내려앉았다.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보쉬, ZF, 리프트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제시하는 상용화 전략과 비교할 정도의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늦지 않았다. 정부와 여러 기업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한다. 위험 부담이 있지만 좋은 기회다. 기술 검증을 하고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보여 주기' 식 쇼가 아니라 진지한 접근과 운영이 필요하다. 올해 개장하는 자율 주행 실증 도시 'K-시티', 현대차그룹·오로라 협력 등을 뒤처진 국내 자율 주행 산업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