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평창서 北 김영철 부위원장과 1시간 접견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 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강원도 평창 모처에서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대표단을 보내 축하해줘 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진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접견에는 북한 측에서는 김 부위원장과 리 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 8명 전원이 참석했고,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배석했다.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지원인원 6명 등 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49분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9시53분께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김 부위원장은 CIQ에서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방남 소감 한마디 말씀해 달라'는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지나갔다.

북한 대표단은 입경절차를 마친 뒤 10시 15분 차량편으로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로 이동했다. 이후 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평창으로 이동해 문 대통령과 회동했다.

문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이 보수야권으로부터 '천안함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것을 감안해 청와대가 아닌 평창에서 접견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24~25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김 부위원장 방남을 막기 위한 농성을 벌였다

김 부위원장은 2박 3일 방남 기간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 방남 인원 중에는 핵문제와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북한 외무성 관료도 포함됐다.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 대표단에 포함된 최강일 부국장은 대미 관계를 담당하는 북아메리카국 소속이다. 과거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나 국제회의 등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알렸다.

평창 올림픽 계기 방한한 미국 대표단에도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됐다.

현재로서는 북미 접촉 가능성이 낮지만, 실무진 차원에서 비공식 접촉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접촉과 관련해 “가능성은 작지만, 완전히 닫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폐회식에는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참석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