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대학가는 졸업·입학 시즌으로 분주하다. 향기로운 꽃냄새와 북적이는 식당과 함께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졸업생과 신입생은 축제 기분일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취업난, 평생 벌어도 살 집 마련이 싶지 않는 여건 등 단군 이래 최고 인력 자원이라고 자타가 공인하기 때문에 그 기분은 이해하고 남는다. 이제는 “이 나라 젊은이들이여, 주어진 특권을 마음껏 누리자!”라는 구호가 필요한 때다.
첫째 마음먹은 대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젊은이에게만 있는 특권이다. 스티브 잡스 하면 스마트폰 신화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전에도 세계 최초로 개인용컴퓨터(PC) 애플을 만들어서 전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열었다.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 것은 대학을 청강생으로 다니면서 '젊은' 시절에 큰 흥미를 느낀 서체(캘리그래피)였다. 애플 서체는 지금도 아름답고 다양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스타벅스를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특히 젊은이들의 로망 공간으로 만든 하워드 슐츠! '젊은' 시절에 밀라노의 거리마다 즐비한 에스프레소 바에서 담소도 나누고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를 체험한 것이 계기였다.
광군절마다 매출 기록 경신으로 더욱 유명해진 알리바바는 마윈이 '젊은' 나이에 창업했다. 미국에 번역 출장을 갔을 때 처음 경험한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계기로 작용했다. 세계를 그물처럼 엮은 최대 운송업체 페덱스는 프레드 스미스가 '젊은' 나이에 창업했다. 인구 중심지에 화물을 집결시킨 뒤 분류해서 미국 전역에 배송하자는 전략으로, 기존의 최단 거리 수송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둘째 설령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할 기회가 여러 번 있다는 것 또한 젊은이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아이폰을 떠올리고 애플의 스톡옵션을 들으면 잡스를 실패를 모르는 행운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생 시작부터 입양아였고, 애플 PC로 성공했지만 경영 분쟁으로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 넥스트와 픽사 성공으로 애플로 복귀하자 오히려 쫓겨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까지 회고한다.
슐츠 또한 스타벅스 직원으로 일할 때 이탈리아식 바에 대한 이견 때문에 스타벅스를 떠나야 했다. 그런 꿈을 버리지 않고 독립, 대성공을 거두고 스타벅스까지 인수하게 됐다. 커피 원두 가격이 폭등하던 위기에도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은 결과 고객과 직원에게 신뢰를 주었다.
마윈은 수학을 못해서 대학에 번번이 떨어졌고, 알리바바 창업 이전에 중국 최초로 인터넷 회사를 설립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수십번 넘어져도 '젊음'을 무기 삼아 도전하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스미스는 자신의 허브 전략을 수업 때 제출했다가 아이디어는 실행 가능해야 한다는 혹평을 받았다. “어떠한 기존 관념과 관행도 당연시하지 마라”는 발상의 전환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신속하고 편리한 페덱스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의 특권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오랜 인생 경험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이 혁신 아이디어나 실행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이 들어 한 실행은 과욕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욕도 젊은이가 부리면 의욕이라는 좋은 이미지로 탈바꿈되기에 과욕 또한 '젊은' 시절의 특권 중 특권이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jio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