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본고장 독일서도 쫓겨나는 '디젤차'

[기자수첩]본고장 독일서도 쫓겨나는 '디젤차'

독일 슈투트가르트 도로 위에서도 디젤차를 만나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독일 법원은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시 당국이 디젤차 운행의 자체 금지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언제든 도심 내 디젤차 운행을 전면 금지할 수 있는 법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대기오염 기준치를 넘어선 도시는 70곳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슈투트가르트는 미세먼지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이번 판결은 유럽의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젤차 퇴출 속도가 애초의 시장 전망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스 아테네 등 유럽 주요 도시들도 2025년까지 디젤차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디젤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디젤차 규제 강화로 생산 비용이 급증하고 있지만 수요는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디젤차 판매는 8%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도 절반 이하인 43.8%까지 떨어졌다.

변화를 주도하는 곳 역시 독일이다.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모든 모델을 전동화하겠다는 세부 로드맵을 내놓았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그룹 브랜드를 통틀어 80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30년까지 약 300개 차종에 하나 이상의 전기자동차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200억유로(약 26조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독일 내 디젤차 퇴출은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시대로 빠르게 전환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잇따른 위기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의 전략 변화가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

한국은 배터리 분야를 제외하면 아직 글로벌 시장을 이끌 만한 전동화 관련 사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도 속도를 좀 더 내야 한다. 기존의 완성차 산업 생태계에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 소재기술, 에너지 인프라를 접목한다면 전동화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퍼스트 무버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