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북극이 뜨겁다

북극이 전례 없는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각국 과학자들은 '펄펄 끓는 북극'에 경악했다. 북극이 녹으면 북극곰은 설 자리를 잃는다. 생태계 절멸은 현실이 된다. 전례 없는 온난화와 이상 기후가 지구를 덮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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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날씨는 이미 뒤집혔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북극은 뜨거워진 반면 유럽과 북미 등 중위도 지역에서는 한파 피해가 속출했다. 이상 고온 자체도 문제지만 앞으로 기후 변화가 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최근 보도에서 2월 북극 기온이 영상을 웃돈다며 과학자의 우려를 전했다. 원래 10~3월은 북극의 한겨울에 해당한다. 해가 뜨지 않고 볕이 거의 들지 않는 가장 추운 시기다. 영하 20도 안팎의 혹한이 계속된다. 북극 날씨가 뒤집힌 것이다.

미국 기상예측시스템(GFS)에 따르면 지난달 북극 기온은 영상 2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평년보다 30도가량 높은 수준이다. WP는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 박사과정 연구원 잭 라베의 분석 자료를 인용, 북극이 얼음의 녹는점에 가까운 온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잭 라베 연구원은 온기가 북극 중심부를 관통한다고 분석했다. 위도 80도 지역의 2월 평균 온도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보다 20도나 높았다. 그는 1958년부터 집계된 기상 자료를 토대로 “따뜻한 공기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유입된 건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린란드 북단 모리스재섭곶 관측소(Cape Morris Jesup)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북극점에서 700㎞ 떨어진 이 곳에선 61시간 넘게 영상의 기온이 관측됐다. 이는 예년의 3배 수준이다. 영상 기온의 종전 최장 기록은 2011년 16시간이었다.

북극의 이상 고온은 그 정도와 기간 모두 '역대급'인 셈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북극 온도 상승은 종종 회자됐지만 올해 2월의 고온 현상은 '예외 중의 예외'라는 게 중론이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미친(crazy)” “한 마디로 충격적(simply shocking)” 같은 표현을 써가며 북극 고온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드 모트램 덴마크 기상연구소 연구원은 “1950년대 이후 북극에서 겨울철 기온이 이처럼 높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비영리기구 '버클리 어스' 수석연구원 로버트 로드는 “현재의 북극 온난화는 지난 50년간 관찰된 겨울 중 가장 강렬하고, 가장 오래 지속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북극 고온의 직접적 원인은 폭풍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올해 잦은 폭풍 때문에 중위도 지역과 그린란드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극으로 밀려 올라갔다는 것이다. 북극 진동 변화와 제트기류 약화, 찬 공기의 남하 등이 복합 작용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극단적 경우는 처음이다. 더 심각한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극 고온은 최근 유럽을 강타한 한파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최근 유럽 한파로 1일까지 각국에서 50여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눈 폭풍으로 교통이 마비되고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따뜻한 지중해 국가에서조차 영하의 혹한이 이어졌다.

북극보다 중위도 지방이 더 추운 '기온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북극에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찬 공기 폭탄'이 남하한 것으로 보인다. 고온으로 북극의 얼음(해빙)이 사라지면 많은 열과 수분이 방출되는데, 이때 찬 공기를 가두는 극 소용돌이도 함께 약해진다. 극 지방의 찬 공기가 남하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은 이상 고온 현상이 점점 잦아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의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1980~2010년 새 이상 고온이 나타난 해는 4년에 불과했다. 최근 5년 동안은 4년간 이상 고온이 관측됐다. 고온으로 해빙(海氷)이 녹으면 온난화는 더 빨라진다.

로버트 그레이엄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연구원은 “해빙이 녹아 얇아지면 겨울 태풍에 더욱 취약해진다”면서 “이렇게 얇아진 얼음은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작게 부서지는데,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음을 더 밀어내면서 부동해가 노출되고 이는 바다의 열을 다시 대기로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