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거대과학의 강력한 협력 파트너가 될 인공지능(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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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과학기술은 국경을 넘어선 협력으로 많은 성과를 이뤄 왔다. 인류 공통 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 대형 연구시설을 필요로 하는 거대과학 프로젝트는 국제 공동 연구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노벨상 주인공인 '중력파 발견' 성과는 20여개 국가가 참여한 '라이고(LIGO)' 구축 사업 덕분에 얻을 수 있었다. 인류 우주개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과 가운데 하나인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이나 우주 탄생 실마리를 찾게 해준 '대형강입자기속기(LHC)' 건설 역시 여러 나라가 가진 연구 역량을 한 데 모았기에 가능했다.

국경을 넘어 선 과학자 협력은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인력과 예산, 연구 역량 한계를 넘어선 결과를 가능하게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협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국가 간 협력을 넘어 분야 간 협력, 즉 융합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시대다. 융합 연구는 사람 간 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새로운 융합 연구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알파고 등장 이후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의 놀라움은 위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까운 미래에 AI가 많은 직종에서 인간을 대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AI는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료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

이미 AI는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인간과 협력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의 대형 법무법인은 'AI 변호사'를 채용해 판례 분석 등 초보 변호사가 맡던 업무를 대신한다고 한다.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해 소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차세대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도 활발하다.

AI와 협력은 사람 사이 협력과 달리 공간이나 시간 제약이 없다. 빠르게 심화된 지식 습득이 가능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연구 분야에서 AI의 활용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앞서 국제 협력을 통해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거대과학 분야 역시 AI 협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류의 미래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수행하는 핵융합에너지 연구에서 AI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핵융합 연구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장치인 KSTAR 개발에 성공하며 빠르게 선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핵융합에너지 상용화까지 풀어야할 난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어렵게 만들어 온 핵융합 연구의 선도국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AI 등 적극적인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핵융합 연구의 패러다임 혁신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AI는 다양한 변수를 지닌 핵융합 실험에서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전 시나리오를 찾거나 실제 핵융합 장치의 운전 동안 실시간 분석 결과를 제공해 적합한 장치 제어를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또 오랜 기간 연구자가 풀지 못했던 난제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낼 수도 있다. AI와의 적극 협력은 전문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 연구역량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속해서 핵융합 연구를 주도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KSTAR 개발로 핵융합 선도국으로 자리잡은 우리나라가 AI와의 협업으로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로 가는 제2 도약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 sjyoo@n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