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 발목 잡기가 진짜 규제

[기자수첩]국회 발목 잡기가 진짜 규제

경제단체, 산업계가 올해 초 한목소리로 정부와 국회에 '규제 혁신'을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충격 사례를 들었다. 국내에서 세계 100대 혁신 사업을 하려면 57개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13개는 환경 때문에 어렵지만 나머지 44개는 규제에 막혔다고 했다.

산업계는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신사업에 나서자니 이런 저런 규제에 걸린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안 되게 막는 정부의 포지티브 규제가 공고한 탓이다.

규제 혁신의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대 규제샌드박스 법안 입법에 나섰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금융, 산업, 행정 부문 규제 혁신을 골자로 하는 4개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주 지역특구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곧바로 상임위 논의를 거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야당은 생각이 다르다. 이에 앞서 발의된 규제프리존 법안과 금융, 의료, 관광 등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중심으로 규제 시스템을 바꾸자는 입장이다.

규제샌드박스, 규제프리존 법안은 규제 틀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총론에선 유사하다. 각론에서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처방을 내린 것이기에 여야가 어느 때보다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우려가 앞선다. 국회에서 주요 현안을 두고 본질을 외면한 흠집 내기, 싸움으로 변질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는 규제 혁신을 놓고도 수차례 설전을 벌였다. 여당은 규제프리존 법안이 국민 안전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안을 먼저 발의한 자유한국당은 여당 때문에 법안 처리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규제 혁신의 출발은 입법이다. 혁신의 성패가 국회에 달려 있다. 여야가 불필요한 논쟁과 막무가내 비방 속에 법안 처리를 미루면 '국회 자체가 가장 큰 규제덩이'일 수밖에 없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