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지구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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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지구를 지구답게 한다. 우주에서 지구가 푸르게 보이는 것은 바다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바다가 덮고 있다. '지구는 푸른 별'인 이유다. 태양계에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곳은 아직 지구가 유일하다. 물은 지구 어디에나 있다. 강, 바다를 이루고 땅 밑으로도 흐른다. 공기 중에도 수증기가 있다. 덕분에 생명이 살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구는 물 때문에 축복받은 행성이지만 지금은 물이 부족하다. 먹는 물을 비롯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었다. 인간의 경제 활동 때문에 강, 바다가 오염되고 일부 지역의 사막화도 심해진 탓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부터 '물 부족 국가' 대열에 들었다. UN은 1992년 물의 소중함과 물 부족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지구가 물을 갖게 된 사연에는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먼저 '가스 방출설'이다. 지구는 생성 초기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잦은 화산 폭발은 지구 내부의 기체를 지표로 내보냈다. 이 기체가 대기층을 형성했다. 당시 대기는 메탄, 수소와 함께 수증기를 포함했고 이 수증기가 비가 되어 내렸다. 끊임 없이 내린 비가 마침내 바다를 이뤘다는 설이다.

지구의 물이 사실은 '외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해왕성 바깥 궤도의 왜소행성, 혜성, 소행성은 얼음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이는 별똥별(유성)도 얼음 덩어리가 많다. 얼음, 혹은 물을 풍부하게 소유한 소행성이 수십억 년 전 지구와 충돌해 바다를 이뤘다는 설이다. 실제 일부 소행성의 원소 비율은 지구 바다와 유사하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외계의 존재가 지구와 충돌, 태초의 물이 만들어지고 지구 내부에서 순환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물은 지구의 출발, 생명의 출발과 함께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주기 최초의 생물은 바다에서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모든 생명은 지금도 물을 필요로 한다.

사람 몸의 66% 가량도 물로 이뤄졌다. 사람은 물만 있으면 1개월 가량 음식을 먹지 않고도 생존한다. 우리 몸 수분의 1~2%만 잃어도 심한 갈증을 느끼고, 5%를 잃으면 혼수 상태가 된다. 12% 이상을 잃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물이 생명의 기원인 것은 독특한 화학적 성질 때문이다. 물의 분자구조식은 H₂O. 산소 원자 1개, 수소 분자 2개로 이뤄진다. 물 분자에서 산소·수소는 각 원자의 전자를 공유하며 결합한다. 이때 각 원자의 인력 차 때문에 산소 쪽에 더 많은 전자가 쏠린다. 산소 쪽은 음(-) 전하, 수소 쪽은 양(+) 전하가 된다.

이렇게 생긴 전기적 성질 덕분에 물은 분자 간 결합이 매우 강해진다. 이는 곧 물이 다른 액체처럼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물이 온도에 안정된 액체라는 것은 지구의 기상 환경과 밀접하다. 생명과 주변을 구성하는 물이 계절에 따라 극심한 온도 차를 보인다면 생물은 살 수 없다.

물이 음·양의 전기적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것도 생명 유지와 밀접하다. 다양한 전기적 성질을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생체 유기물을 녹이는 용매로 작용한다. 물에 녹은 유기물 분자는 화학 반응이 활발해진다. 생체 내의 물 덕분에 다양한 유기물이 영양분으로 작용하고, 또 몸 구석구석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물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과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물질이기도 하다. 물은 다른 물질과 달리 고체 상태에서 부피가 늘어난다. 대부분의 물질은 고체 상태일 때 부피가 주는 것과 반대다. 이는 물 분자의 독특한 결합 방식 때문이다. 산소·수소 원자가 'V'자 모양으로 결합하는데, 이는 얼음이 될 때 육각형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는 비정형적인 액체 상태보다 빈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 결과적으로 부피가 커진다.

물 분자의 신비를 풀 수 있는 단초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물은 4℃에서 부피가 가장 작고, 무겁다. 온도가 낮을수록 가볍다. 얼음이 물에 뜨는 현상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덕분에 호수나 강은 수면부터 얼어붙고, 그 아래에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 온도가 낮아진 물이 위로 올라와 얼어붙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완벽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물의 구조 변화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측정이나 관찰이 어렵다. 스웨덴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최근 경북 포항에 위치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물이 얼음으로 결정화되는 변화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구조의 물 분자가 공존하고, 두 상태가 서로 바뀌는 '요동 현상'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