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소기업에서 배운 도전의 성공 요인

“세계 첨단 기술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겠다고 결정한 뒤로 불안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매출 200억원대 중소기업인데 도전을 '실행'하니 현실이 됐습니다.”

김영부 큐알티 대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자동차안전혁신콘퍼런스(ASIC) 2018' 세미나를 개최했다. 고객 저변을 확대하고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도 중소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자사 브랜드를 내건 기술세미나를 열겠다고 했을 때 놀랐다고 말했다.

큐알티는 반도체 성능 평가와 불량 분석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한다. 국내외 1700여개 반도체, 파운드리, 발광다이오드(LED) 등 관련 고객사를 뒀다. 매출 200억원대 중소기업, 영업이익 10% 수준을 지속하는 알짜 기업이다.

큐알티의 무모한 도전의 배경은 뭘까.

큐알티는 기술력 확대를 위해 주요 대학과 다양한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 왔다. 산·학 협력을 하면서 교수진으로부터 뛰어난 기술을 습득했고, 우수 인재를 확보했다. 나이나 직급은 상관하지 않았다. 전문가라면 앞 다퉈 영입했다.

최근 영입한 정성수 기술총괄위원은 대표 영입 인재에 속한다.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30여년 동안 근무했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반도체 전문가다.

큐알티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직원이 많지 않다. 첫 행사 준비 기간도 길지 않았다. 능력 있는 경영진과 직원이면 충분했다. 김영부 대표가 실리콘밸리를 겨냥한 이유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실리콘밸리 도전기는 좀 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전을 실행하기까지 차곡차곡 쌓아 온 산·학 협력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넓혀 온 전문가 네트워크가 좋은 자양분이 됐음은 명백하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한다'이다. 앞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