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수입품에 54조원 '관세폭탄'…미·중 무역전쟁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달러(약 54조원)의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주요 2개국(G2) 간 사활을 건 통상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 500억달러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내용인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일부에서는 연 3750억 달러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지금 5040억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총무역적자 80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이번 조치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지금의 25% 수준으로, 즉 1000억달러로까지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 금액을 500억달러로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600억달러(64조원)에 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조치가 “많은 조치 중에서 첫 번째”라고 거듭 강조해, 앞으로 대중 무역 관련 조치가 잇따를 것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00개에 달하는 관세 대상 품목 후보군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USTR은 앞으로 보름 동안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관세 부과 품목을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 기업이 미 정보기술(IT) 기업과 합작회사 형식을 통해 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부에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과 관리·감독 규정 신설하도록 했다. 투자 제한 결정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군사적 고려에 따라 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천문학적 관세 부과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대미 무역 보복을 경고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조치는 중국과 미국 기업들 모두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나온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시대에 뒤떨어진 법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중국에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기업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원재료의 가공을 위탁받아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가공 무역이 동반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5월 안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핵 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자칫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