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작 '블록체인']<6>개인 간 전력거래에 안성맞춤...에너지 프로슈머 동반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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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후체제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중소 규모 전원 네트워크로 변해가고 있다.

거대 자본의 전유물이던 에너지 산업에 중소 사업자도 참여하면서 전원설비는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범주가 넒어지고 있다. 점점 많아지는 사업자와 설비, 그리고 거래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이 에너지와 ICT 융합으로 도래할 개인 간 에너지 거래시장 필수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P2P 시대

2017년은 에너지 시장에 블록체인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해였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산처와 수요처가 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에너지 시장은 블록체인 활용에 따른 시너지가 크게 예상되는 분야다.

에너지 분야 전통 강자였던 유럽과 미국의 대형 전력 및 엔지니어링·IT 기업이 디지털화와 함께 IoT 트렌드에 편승해 미래형으로만 언급되던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존 전력망과 스마트그리드의 가장 큰 차별점은 태양광, 풍력 등 중소형 발전원 다수가 전력계통에 연결된다는 점이다. 중소형 발전원은 용량이 작은 만큼 고장에 따른 전력계통 충격이 적고, 지역별 부하를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형설비 만큼의 전력공급 신뢰성을 확보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밝힌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르면 국민발전소로 불리는 소형 재생에너지원은 2030년 기준 156만호, 10GW에 달한다. 그만큼 전력공급 안정성과 계통 신뢰성을 위해 실시간으로 설비를 확인하고 수요과 공급 균형을 맞추는 ICT 기반 운영시스템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소비자가 사용하는 만큼 대형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넘어 순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발전소를 찾고 이상이 생기면 바로 대체 자원을 가동하는 등 똑똑한(스마트) 운영이 스마트그리드 핵심이다.

공급자와 소비자 구도로 분리된 전력시장은 점차 그 영역이 희미해지고 있다. 지붕형 태양광 등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등장으로 전기 소비자가 공급자 역할도 할 수 있게 됐다. 시범적이지만 개인간 전력거래(P2P)도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프로슈머라는 이름으로 개인간 전력거래 관련 계획과 법을 마련 중이다.

에너지 업계는 전력의 개인간 거래에서 블록체인이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은 지난해 나주에서 열린 '2017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BIXPO 2017)' 특별 강연에서 전력시장의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분산돼 전력시스템을 움직이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원전뿐 아니라 태양광, 전기차 등 모든 전력시스템 구성 단위는 물론 수십억명이 블록체인 상에서 전력을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슈머 거래의 '블록체인'

에너지 프로슈머 등장과 P2P 전력거래는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분산형 스마트그리드 시대 종착지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 3월부터 프로슈머 간 전력거래 실증사업이 진행됐다. 전력 소매시장은 한국전력 독점 판매 구조에서 P2P 거래시장으로 확대되는 과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구룡포 그린홈 사업지역.
<구룡포 그린홈 사업지역.>

프로슈머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 전력을 누가 생산하고 이동해 누가 최종 사용하느냐에 대한 이력 관리다.

전기는 물과 같아 시냇물이 호수로 흘러들어 합쳐지듯 생산된 전력이 계통에 합쳐지는 순간부터 소유권은 불분명해진다. 어떤 발전시설이 얼마만큼 전력을 계통에 보냈다는 이력만 남을 뿐, 그 전력이 어디로 가고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다. A고객이 발전을 했고 그만큼 전력을 B라는 고객이 사용을 했다는 것을 인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국내 프로슈머 간 전력거래 실증사업에서는 한전이 그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 공급과 소비단의 노드가 천문학적 단위로 커지면 한전과 같은 중개자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개인과 개인, 사물과 사물 간 실시간 거래되는 전력을 인증하는데 블록체인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사용자나 가전제품까지 스스로 남는 전력을 시장에 경매하거나 이웃에 파는 기능이 담기게 된다. 그만큼 외부 해킹에 대한 노출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그 취약점을 보완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에너지 플랫폼에 있는 모든 사용자의 거래 가격과 전력량을 추적해 발전량 임의 조작, 시간대별 가격 왜곡 등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

실제 발전이 아닌 절전으로 아낀 전력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수요자원(DR) 거래시장에서도 블록체인 활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현재 빌딩, 대형상가, 공장 등 중대형 규모 전력사용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수요자원시장에 일반인도 참여하는 국민 DR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전력을 사용하는 모든 기기가 스스로 아낀 전기를 시장에 입찰하는 인공지능 DR까지 구상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력 생산과 절전, 시장 경매, 구매 등 전 과정을 처리하는 자동거래시스템 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3020 국민발전소 계획>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웃간 전력거래 실증사업 모델(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웃간 전력거래 실증사업 모델(자료:산업통상자원부)>
[4차 산업혁명 시작 '블록체인']&lt;6&gt;개인 간 전력거래에 안성맞춤...에너지 프로슈머 동반자 부상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