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나무야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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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빨간 날'인지 헷갈리는 그날, 4월 5일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국민 식수, 애림 사상을 높이고 산지 자원화를 위해 정부가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산림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됐지만 매년 식목일을 전후로 숲 가꾸기, 나무 심기 운동이 벌어진다. 지구 온난화 경각심, 산림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식목일이 4월 5일인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역사적으로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677년 2월 25일에 해당하는 날이다. 조선 시대 성종이 세자, 문무백관과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내고 몸소 밭을 일군 날이다. 절기상으로는 청명(淸明)에 가깝다.

나무 심기 좋은 계절 환경인데다 민족 농경사에 상징성이 큰 날이다. 이런 이유로 1949년 대통령령이 발효, 4월 5일이 식목일로 지정됐다. 1960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듬해 공휴일로 재지정됐다. 2006년 공휴일에서 다시 제외돼 지금에 이르렀다.

식목일은 산림을 포함한 자연 환경 중요성을 일깨우는 날이지만, 최근 이 날의 '적정성'을 둘러싼 역설이 벌어진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4월 5일이 '나무 심는 날'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4월 5일이 70년 전보다 훨씬 더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 시기 기온, 날씨는 더 이상 식목 최적기로 보기 어렵다.

2000년대 우리나라 4월 기온은 1930~1960년대보다 2~3℃씩 높아졌다. 도시별로 보면 편차가 더 명확하다. 서울의 4월 기온은 1945~1949년 평균 11℃였다. 2013~2017년 평균은 13.1℃도다. 부산은 같은 기간 12.7℃에서 14.2℃로, 광주는 11.5℃에서 14.1℃로 기온이 올랐다. 제정 당시 식목일 기온은 요즘 날씨에선 3월 말 경에야 나타난다.

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묘목을 옮겨심기 가장 좋은 기온은 약 6.5℃다. 지금보다는 추운 날씨에 심어야 나무가 자리를 잡기 쉽다는 말이다. 기온은 옮겨 심은 나무 생존율, 즉 '활착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얼었던 땅이 녹아내리기 시작할 때 활착률이 좋다. 이 외에 나무를 심는 방향, 바람 등이 영향을 미친다.

실제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식목일보다 앞서 식목 행사를 여는 이유다. 전남 고흥군은 식목일보다 약 1달이나 이른 3월 9일 식목 행사를 마쳤다. 광주시도 3월 20일 식목 행사를 마쳤다.

식목일 변경을 주장하는 측은 이를 근거로 식목일 자체를 1달가량 앞당기자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식목일의 역사성 보존, 통일 대비 등을 내세워 유지를 주장한다. 정부는 2009년 식목일 변경을 검토했지만 현행 유지로 결론 냈다.

식목일 날짜는 논란에 휩싸였지만 정신만은 자랑할 만하다. 우리나라 조림 사업은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해방과 6·25 전쟁 직후만 해도 우리나라 산은 온통 민둥산이었다. 일제 수탈과 전쟁 후유증, 관리 부실 탓이 컸다. 산림 자원 고갈, 홍수 속출 같은 피해가 속출했다.

정부는 1960년대 '산림법' 제정을 시작으로 치산녹화 7개년 계획, 수계별 산림복구 종합계획 등 녹화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정부 노력에 시민 의식 성장, 에너지 대체 성공 등이 보태지면서 1970~1990년대 산림 녹화 운동이 결실을 거뒀다. 불과 30년 만에 민둥산을 없앤 나라로 주목받았다.

과학자의 기여도 컸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된 고 현신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임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리기테다 소나무' 개발이 대표 업적이다. 일제 때 국내 도입된 리기테다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랐지만 재질이 좋지 않고 생장이 느렸다. 여기에 미국 남부에서 자라는 테다 소나무를 교잡해 두 종의 장점을 취한 리기테다 소나무를 탄생시켰다.

리기테다 소나무는 병충해와 추위에 강한 것은 물론 생육과 재질도 좋았다. 국제식량농업기구에서 탁월한 육종 성과로 인정받았다. 미국 상원은 '한국의 기적의 소나무'라고 극찬했다. 현 박사는 1950년대 목재 자원을 확보를 위해 생장이 빠른 포플러 나무를 들여오고, 우리 산에서 잘 자라는 수종 개발에 앞장섰다.

현 박사는 '산림의 성쇠가 국력의 성쇠와 비례한다'는 일념으로 국가 조림 사업에 앞장섰다. 1978년 국토 녹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5·16 민족상을 수상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현 박사 공로를 높이 사 그가 개발한 은수원사시나무를 '현사시'라 부르도록 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