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PACid-삼성전자' 수조 원대 특허소송 일파만파

[이슈분석] 'PACid-삼성전자' 수조 원대 특허소송 일파만파

미국 데이터 암호화 기업 패시드 테크놀로지(PACID TECHNOLOGIES)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주장, 수조 원대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생체인증을 도입한 다수 제조사 가운데 삼성전자만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전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PACid는 어떤 기업인가

PACid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위치한 보안 기술 기업이다. 1990년대 설립된 이후 와이파이 기반 무선 근거리 통신망 암호와 기술을 개발했다. 개인용 컴퓨터나 모바일 장치 보안 솔루션 특허가 주요 수익원이다. 대표 서비스로는 '볼트 온 스토롱 시큐리티(BOSS·Bolt-on Strong Security)'가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특허를 기반으로 한 기업간거래(B2B) 서비스 시장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업이다. PACid는 공식 홈페이지에 미국특허청(USPTO) 등록 특허가 △암호화 키 생성 △양자 인증 △하드웨어 간 비밀코드 생성 △비밀파일 보호 설정 △통신 보안 등 18개 특허가 있다고 소개했다.

◇왜 삼성전자인가

PACid가 특허 소송 대상으로 삼성전자를 지목한 배경이 관심이다. 애플, 화웨이, LG전자, 오포, 샤오미, 소니, 블랙베리 등 글로벌 제조사가 스마트폰에 생체인증 기술을 탑재하는 건 이미 흔하다. PACid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적용된 생체인증 기술 자체가 아닌 응용 기술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문인식 기술이 아닌, 지문인식을 삼성패스·녹스 등과 연계해 적용한 방식이 특허 침해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PACid가 2015년 4월 출시된 갤럭시S6부터 문제를 삼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2013년 9월 선보인 아이폰5S에 지문인식 방식을 도입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팬택이 출시한 '베가 LTE-A'에 지문인식 기능이 장착된 바 있다.

홈 버튼에 미리 등록한 손가락을 접촉, 지문인식 기능을 실행한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PACid가 애플을 소송에 끌어들이지 않은 점은 자국 기업과 관계를 고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PACid는 자사 홈페이지 기술을 소개하는 카테고리에서 “BOSS 솔루션은 아이폰이 생체인식 기능인 지문인식에 추가적으로 보안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애플보다 삼성전자를 '특허소송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이즈 마케팅' 가능성도

전문가는 PACid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노이즈 마케팅'을 꼽았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패소한다 하더라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점을 노렸다는 설명이다.

과거 화웨이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이동통신·스마트폰 관련 특허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세계가 양사 소송전에 주목했고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 이미지에 한발 더 다가서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소송전은 내수시장에서 성장한 화웨이가 글로벌에서 입지를 강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많다.

PACid도 과거 화웨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삼성전자를 '글로벌 시장 진출 지렛대'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허를 수익화하는 작업 일환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캐나다 블랙베리는 중국 TCL에 스마트폰 브랜드 라이선스를 양도한 이후 노키아·퀄컴·페이스북·스냅 등 IT 공룡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랙베리가 특허침해 소송을 '하나의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