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금통합, 제대로 하자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물리적 통합'이 우선입니다.”

박지성
박지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기금통합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양대 기금 통합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방송 재원과 명칭 등 형식 통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금 운용 목표와 체계까지 혁신하는 2단계 '화학적 통합'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조정을 거치도록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에 조심스러움이 감지된다. 지난 10년간 연간 2조원대 기금을 운영하며 굳어진 관성을 한 번에 개혁하기가 쉽지 않으니 일단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통합하겠다는 의지다.

기금 통합 과정에서 체계화된 계획보다 중요한 건 10년 만에 착수한 기금 개혁에서 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다. 특정 이해관계자가 아닌 국민 다수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은 첫 번째다.

그동안 정진기금과 방발기금은 ICT·방송분야 연구개발(R&D)과 콘텐츠 제작 지원에 대부분이 활용된 반면에 통신 소외계층 복지에는 단 15억원이 쓰일 정도로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국회 제안처럼 ICT·방송 기금에 '보편적 서비스' 활용 근거를 명시하고 소외 계층 요금 할인, 소외 지역 인프라 구축 지원 등 통신복지 활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로서도 수천억원대 통신 복지 재원 분담을 온전히 통신사에만 떠넘긴다는 비판을 벗어나 공공 책임을 확대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유연한 대응을 갖추도록 관리·평가 체계 혁신도 필요하다.

기금을 통한 지원 항목이 ICT·방송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지 2~3년 등 주기마다 점검, 필요한 사업을 유연하게 추가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했으면 한다.

기금 개혁 과정에서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동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 역시 통합 논의 기본이 될 것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