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대미수출 절반 줄었다...미국 세이프가드 여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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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1분기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2월 발동한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영향 때문이다.

22일 본지가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기반으로 대미 세탁기 수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미국 수출액은 2983만8000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5.4% 하락했다. 전년 1분기 수출액은 5462만7000달러였다. 이는 미국 세이프가드에 적용되는 HS 코드 품목 기준 845020(세탁기), 845090(가정형 또는 세탁소형 세탁기의 부분품), 845011(완전자동세탁기) 수출액을 합산한 결과다.

MTI 코드 품목 8241(세탁기) 기준 수출액 역시 올해 1분기 3063만1000달러로 5877만달러를 수출한 전년 동기보다 47.9% 하락했다.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이 직격탄으로 작용한 셈이다. 세이프가드 발동 전보다도 수출액이 급락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대미 세탁기 수출액은 국내 업체 해외 생산 증가에다 시장 경쟁 격화로 2011년부터 매년 평균 약 5% 하락했다”면서 “올 1분기 수출 규모 감소는 세이프가드 발동 영향으로 평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표 기업은 LG전자다. 창원공장에서 미국향 세탁기를 생산한다. LG전자 전체 미국 수출 물량 가운데 약 20%를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공장은 미국 이외 전 세계로 수출할 세탁기를 생산한다. 미국 세이프가드로 미국향 제품엔 영향이 있지만 글로벌 전체 기준 생산량, 인력, 라인 변동은 크지 않다는 게 LG전자 설명이다. 다만 미국향 수출 물량에 한해서는 세이프가드 적용이 되지 않는 29인치 이상 대용량 세탁기 위주로 생산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대부분을 이미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세이프가드에도 국내 생산량이나 수출 규모에서 추가로 받는 영향은 미미하다.

삼성·LG 등 가전기업은 세이프가드 발동 이전에도 생산기지를 현지화해 왔다. 권역별 규제와 관세율에 따라 사업 전략을 짜 왔다. 미국 세이프가드는 국내 생산이 줄어들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생산 공장 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개별 기업이 위험을 회피하는 가운데 세이프가드가 국내 수출 전반에는 분명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추후 세이프가드 품목이 확대된다면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기업으로서는 상당 기간 가혹한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밖에 없으며, 산업에 가해지는 충격도 구체화될 것”이라면서 “해외 생산 비중 증가로 우리나라 일자리에 타격이 있을 수 있으며, 제품을 소비하는 미국 소비자에게도 가격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세이프가드가 가전뿐만 아니라 다른 전자정보통신(ICT) 품목으로 확대될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의도는 결국 미국으로 일자리 이전을 노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