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까만 고양이는 마법에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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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작은 아이와 동화책을 읽었다. 아이가 가져온 책은 밸러리 토머스(글)와 코키 폴(그림) 원작의 '마녀 위니'. 옥스퍼드대학 출판부(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발간해 500만권 이상 판매된 책이다.

엉뚱 발랄한 마녀 위니와 고양이 윌버가 만들어 내는 유머와 위트 넘치는 이야기다. 총 1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가 가져온 책은 시리즈 시작인 '까만 집과 까만 고양이' 에피소드다.

마녀 위니는 까만 집에서 까만 고양이 윌버를 기른다.

집은 밖도 안도 온통 까맣다. 가구도 모두 까맣다. 모든 것이 까맣기 때문에 위니는 쇼파 위에 있는 윌버를 깔고 앉거나 발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그래서 위니는 고양이를 언제나 볼 수 있도록 마법을 써서 윌버를 녹색으로 만들어 버린다.

녹색이 되니 집에서는 구별이 쉬워졌지만 풀밭에 가니 구별이 더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바꾼다. 위니는 편해졌지만 우스꽝스럽게 변한 윌버는 다른 동물 친구들한테 놀림거리가 된다. 결국 나무 위로 올라가 하루 종일 슬퍼하며 지낸다.

윌버가 슬퍼하는 것이 싫은 마녀 위니는 결국 다시 까만색으로 돌려 놓고, 대신 집을 알록달록한 색으로 바꾼다. 위니와 윌버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택이다.

마녀 위니 원형은 엄마고, 윌버는 아이다. 대략 이쯤이면 이 동화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지 알 수 있다.

동화가 투영하는 엄마는 너무나 강해서 신비롭기까지 하지만 심술궂다 못해 잔인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엄마 입장에서 깔리고 밟히는 고양이를 위해 마법을 부린다고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과연 그런 행동이 달갑기만 했을까.

아이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휘두르는 존재인 엄마는 사랑의 대상이 아닌 마녀가 되고 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탄핵 정국을 거쳐 탄생한 새 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기치 아래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이런 분위기에 변화 바람이 거세다.

소외 받았거나 힘의 불균형이 작용한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가 싹트고 있다. 진작 바뀌어야 한 부분이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아직 늦지 않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까만 고양이를 위하는, 변화되기 전 마녀 위니의 마법이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가 그렇다.

한 단계 성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부는 사회 공감대 형성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이 부족했다.

'당장 힘들어도 가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시기상조 또는 너무 급진'이라는 비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급격한 정책 추진이 과연 수혜 대상자에게 긍정 결과만을 가져다주고 있는가에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거나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 마녀 위니 마법에 까만 고양이 윌버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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