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 일자리 해결의 열쇠, 중견기업에 있다

[기고]청년 일자리 해결의 열쇠, 중견기업에 있다

“○○기업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어떤 회사죠?”

자녀를 둔 지인들이 가끔 나에게 묻는 질문이다. 자녀가 취업한 곳이 대기업이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서 물어 보는 것이리라. 규모는 작지만 탄탄하고 유망한 회사라는 답을 주면 안심은 하지만 여전히 왜 대기업에 안 갔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표정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 대비 6%포인트 높고, 체감실업률은 22%를 상회한다. 실제 청년이 시장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숫자 이상이다. 그런데 역설이지만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한다. 뽑으려 해도 오지 않고 어렵게 뽑아도 금방 나간다고 한다. 청년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난리인데 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미스매치' 현상이다.

청년 눈높이를 탓하는 시각도 있지만 청년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이유는 좀 더 근본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급여와 근무 여건이 한몫하는 것 같다. 앞의 사례와 같이 중소기업에 가면 부모와 주위에서 걱정부터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선호하기도 한다. 일부 청년은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청년이 중소·중견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게끔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중소·중견기업의 급여와 근무 여건을 대기업 못지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3월에 발표한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필자는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중견기업은 초봉 3000만원 이상 기업이 전체의 47%, 5년 이상 재직자의 비중이 45%에 달하는 등 중소기업에 비해 우수하고 대기업 못지않은 근무 여건을 자랑한다. 현장에서 본 중견기업의 매력도 충분하다. 대기업 못지않은 급여 제공은 물론 교육, 복지, 문화 생활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직원을 위해 바리스타를 직접 고용하고, 구내식당에 유명 셰프를 초빙한 중견기업도 있을 정도다.

정부는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지난 2월 '중견기업 비전 2280'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많은 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및 해외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원활하게 성장하고, 더 많은 중견기업이 세계 기업으로 커 나갈수록 청년들이 가고 싶은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중견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우수 중견기업을 청년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정부는 4월부터 지역의 우수 중견기업이 학생을 직접 찾아가는 '중견기업 캠퍼스 스카우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지역에 있는 우수 중견기업을 소개하고, 학생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계획이다. 또 우수 강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채용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여기에서는 기업과 구직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적성검사와 면접, 매칭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 노력과 함께 중견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좋은 근무 여건을 만들고, 직원 교육과 복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때 청년은 중견기업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실제 청년이 가고 싶어 하는 중견기업이 직원을 위한 비용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고 회사의 발전과 직원들의 성장을 위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요즘 청년을 '에코세대'라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이후 세대여서 이렇게 불린다. 한편에서는 취업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응답(메아리)이 없기 때문에 에코세대라고 불린다는 씁쓸한 해석도 있다. 이제 정부와 중견기업들이 나서서 일자리를 찾기 위한 청년 아우성에 '좋은 일자리'라는 희망의 메아리로 답해야 할 때다. 청년 일자리 문제, 그 해결의 열쇠는 중견기업에 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inhojj@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