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BBC "만찬메뉴 매혹적…식탁 위의 통일"

[2018 남북정상회담]BBC "만찬메뉴 매혹적…식탁 위의 통일"

세계의 시선이 27일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으로 쏠리면서 이날 두 정상의 만찬 메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소개하고 '요리외교'가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만찬 테이블에 평양 옥류관 냉면 이외에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의 달고기 구이(흰살 생선구이)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학한 곳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감자요리 '뢰스티'를 재해석한 감자전 등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BBC는 프랑스산 치즈와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김 국무위원장에게 스위스 요리를 대접하는 데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한 한국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요리외교 전문가인 워싱턴DC 아메리칸대학의 조애너 멘델슨-포먼 부교수는 "그것은 당연히 전략의 일부분"이라고 답했다.

연구 자문위원 샘 채플 소콜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메뉴에 대해 "메뉴 전체가 매혹적"이라며 정상회담 메뉴가 긍정적인 논의를 위한 테이블을 차려준 것이라고 봤다.

그는 "메뉴가 남북한 모든 지역을 아우르고 있어 통일시키는 메뉴다. 목표는 테이블 위의 통일인 것 같다"고 평했다.

BBC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음식이 "가장 오래된 외교 수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그런 이유로 각국 정상들이 정상회담 만찬 메뉴에 각별한 신경을 쓰지만 늘 성공적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992년 아시아 순방에 나선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일본에서의 국빈 만찬에서 캐비어를 곁들인 생연어 코스를 끝내고 후추 소스를 곁들인 쇠고기 스테이크 요리를 받아들었다가 음식물을 토하고 졸도하는 해프닝으로 물의를 빚었다.

반면 함께 식사하면서 꼬일 대로 꼬인 외교 난제가 풀린 경우도 있다.

2015년 이란 핵합의 체결을 위해 당사국들은 20개월 이상 협상을 계속했으나 긴장이 고조되며 최소 5번 이상 합의가 무산될뻔하기도 했다.

당시 각국 협상 대표들은 각자 식사를 했으나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이란 측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을 만찬에 초청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고 BBC는 전했다.

멘델슨-포먼 부교수는 이날 만찬이 "이란과 미국 측 대표단이 처음으로 서로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 때"라며 "음식은 사람을 인간답게 만들고 적도 인간적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협상이 타결됐고 당시 양측 대표단 모두 그날의 만찬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확신했다고 BBC는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