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스플레이업계 위기 극복법

디스플레이 시장 불황이 깊다.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기대감이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승승장구하던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흔들린다.

LCD 가격이 상승하고 플렉시블 OLED는 없어서 못 팔던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패널사는 최고 수준 가동률로 패널을 만들어 팔기 바빴고, 장비 제조사는 중국의 설비투자 경쟁 때문에 주말은 물론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제작에 매달렸다. 그 결과 패널업체와 후방기업 대부분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우려도 있었다. 다들 팔기 바빠서 연구개발에 더 소홀해졌다는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패널 생산 라인에서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테스트할 기회가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잘하는데 왜 굳이…'라며 새로운 기술이 있어도 관심 받지 못했다.

위기에 몰린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뼈아픈 경험 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신기술 도입에 더 적극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빠르게 회복을 시작한 경쟁사와 달리 올해 연간 실적 악화가 예상될 정도로 어려웠다. 새로운 기술 개발만이 탈출구라는 혁신 마인드가 널리 퍼졌다.

기업 관계자는 “실적이 좋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연구개발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돈을 많이 벌면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늘릴 것 같지만 당장 생산·판매에 치중하다 보니 미래 경쟁력을 준비할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놓인 지금 우리 기업은 어떤 생존 전략을 모색할지 궁금하다. 힘든 시간이지만 단단한 미래를 기대한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