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합물관리에 대한 이해와 동참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물은 부족한 자원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태양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여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재생되는 자원이기 때문에 고갈을 걱정할 필요도 없는 무한 자원이다.

이학영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이학영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그러나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물은 부족한 자원이다. 지구에는 인류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물과 이용할 수 없는 물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물 가운데 97%는 적절한 처리 없이는 이용할 수 없는 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머지 3%만으로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생존에는 충분한 양이다.

문제는 물이 지구에서 지역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발되는 양과 강우량은 위도에 따라 달라지며, 당연히 물 수지도 위도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는 북위 33도에서 43도 사이에 위치한다. 지리상으로는 건조한 지역에 걸쳐 있지만 동북아 특유의 기상 현상인 몬순과 해양성 기후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대체로 많다.

우리나라는 유엔이나 물 관련 국제기구가 판단하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국제기구에서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그 나라의 국민이 체감하는 수자원 수준은 많이 다를 수 있다. 강우의 지역 편중이 심해지는 오늘날 우리나라 일부 지역은 매년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물이 부족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물이 부족하지 않은 나라에서 기상이변이나 지역에 따른 물 부족이 반복되면 국민은 물 확보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정부는 물 관련 대책을 강구하거나 대규모 토목 공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 요구와 정부 대책 사이에는 시간 지체나 방법 차이가 종종 생긴다. 이런 현실을 빗대어 어떤 학자는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 부족 국가라고 했다.

공감은 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는 물 관리 부족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물 관리 과잉 국가로 보인다. 동일한 하천을 중앙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관리하면서 효율성 낮은 관리를 하고 있다.

동일한 하천에 대해 상류, 중류, 하류에서 서로 다른 용도로 이용하면서 지역 간 수량과 수질 갈등이 일고 있다. 수자원 배분에서도 산업 구조가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는 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 지분을 두고 알력 다툼을 하는 수계도 있다.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생태 유지 용수 확보를 위한 유량 확보를 추구하면 또 한 번의 갈등이 표출될 것이다. 일부 현안에 대해 관련 부처나 학자와의 소통 부재가 문제로 되기도 했다. 어떤 수계의 종합 개발을 위해 천문학 규모 재원이 투입되었는데도 관련 부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수량 확보와 홍수 방지를 위해 대규모 토목 공사가 이뤄졌지만 관련 분야 학자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 물에 대한 이러한 혼란과 갈등, 소통 부재는 많은 부분이 물을 관리하는 주체가 너무 많아서 수자원의 통합 관리를 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기후 변화로 강우 패턴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고, 특정 시기의 지역에 따라 강우가 심해지면서 수자원 총량에서 차지하는 유출량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충분한 수량 확보, 양호한 수질 유지, 지속 가능한 이수와 치수, 재해 예방뿐만 아니라 수생태 건강성까지 도모해야 하는 수자원 관리를 위해서는 통합 물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통합 물 관리를 위한 정부, 지자체, 학계, 시민단체 토의와 활발한 의견 수렴을 통한 논의가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다. 통합을 위한 법 및 제도 대책과 통합 관리 아래에서 추진이 필요한 각 수계의 현안이 제시됐다. 앞으로 더 많은 비전과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통합 물 관리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건강하고 부족하지 않은 수자원을 물려줄 수 있도록 국민과 정치권의 이해와 동참을 요청한다.

이학영 전남대 생물학과 교수 haklee@j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