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르노 클리오, 짜릿함을 주는 소형 해치백

'1400만대 이상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유럽 동급 판매 1위.'

가장 '르노'다운 자동차로 불리는 '클리오'를 만났다. 시승 전부터 어떤 매력을 갖췄기에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쌓았을지 궁금했다. 16일 강릉 일대에서 열린 시승회에 참석해 르노 브랜드로 한국에 상륙한 클리오의 주행성능을 체험했다.

르노 클리오.
르노 클리오.

차체 전면 중앙에 솟아오른 다이아몬드 형상 '로장쥬' 엠블럼은 아직 낯설다. 지난해 서울모터쇼 이후 두 번째 만남이지만, 외관 디자인은 여전히 신선한 느낌이 든다. 볼륨감을 강조한 몸매는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차체는 전장 4060mm, 전폭 1730mm, 전고 1450mm, 축간거리 2590mm로, 기아차 프라이드 해치백과 비슷하다. 유럽 B세그먼트(소형) 해치백에 해당하는 작은 차체지만, 시각적으로 안정감 있는 비율을 완성했다.

르노 클리오.
르노 클리오.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유럽 소형차의 특징이다. 센터페시아에는 꼭 필요한 버튼만 배치해 운전 중에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검은색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직물 시트는 편안하게 몸을 감싼다. 가죽시트보다 포근한 느낌이다.

강릉 일대 국도와 고속도로 구간에서 본격 시승에 나섰다. 클리오는 기존 르노삼성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3를 통해 이미 성능과 품질을 입증한 1.5리터 dCi 디젤 엔진과 게트락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탑재했다. 디젤 엔진임에도 정차 중이나 도심 중저속 주행 시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보여줬다.

르노 클리오.
르노 클리오.

오르막길에서 페달을 밟으면 우렁찬 엔진과 함께 차량이 튀어 나간다. 시원스러운 가속이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2.4㎏·m으로 제원상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235㎏에 불과한 가벼운 차체 탓에 기대 이상 짜릿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좁고 굽이진 길이 많은 유럽 도로에 최적화된 차량답게 핸들링도 민첩하다. 운전대를 꺾는 만큼 정확한 움직임으로 차량에 대한 운전자의 신뢰감을 높여준다.

차체 자세를 잡아주는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방식으로,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을 큰 흔들림 없이 편안히 넘는다. 노면 정보를 정확히 읽으면서 승차감도 무난했다. 고속에서는 작지만 매운 맛을 보여준다. 속도를 올릴수록 도로를 움켜쥐는 듯한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고속에서 움직임이 불안할 것이란 소형차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르노 클리오.
르노 클리오.

제동력은 부족함이 없다. 앞 벤틸레이티드, 뒤 드럼 방식 브레이크를 장착했다. 다만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면 노면 소음 유입이 커졌다. 정숙성이 중요한 한국 고객 취향을 반영해 향후 흡음재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타이어 규격은 205/45ZR 17인치로, 한국 사양에는 사계절용 넥센타이어 엔페라 AU5 제품이 장착됐다.

이날 국도와 고속도로 70㎞를 달리고 얻은 연비는 리터당 16~17㎞ 수준으로, 공인 복합연비 리터당 17.7㎞에 근접했다. 연비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주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수치다. 같은 날 시승한 일부 기자들은 리터당 20㎞에 달하는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다.

르노 클리오.
르노 클리오.

클리오 가격은 기본형 젠 트림 1990만원, 고급형 인텐스 트림 2320만원. 시승차인 인센트 트림은 한국 고객 선호도가 높은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 커넥트 기능 등을 탑재하고도 프랑스 현지 가격보다 1000만원가량 저렴하게 책정됐다.

이날 시승한 클리오는 잘 달리고 잘 서는 기본에 충실한 소형 해치백의 정석을 보여줬다. 오랜 기간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한 성능과 품질도 믿음직스럽다. 르노삼성차에 클리오 도입은 큰 도전이다. 르노 브랜드로 내놓는 첫 승용차인 만큼 어깨가 무겁다. 해치백이 비인기 차종으로 분류되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르노 클리오.
르노 클리오.

클리오는 유럽에서 인정받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해치백의 무덤 한국에서 정면 승부를 펼친다. 동급 경쟁 모델로는 푸조 208, 토요타 프리우스C 등이 꼽힌다. 짧은 시승을 통해 느껴본 클리오는 달리는 즐거움과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 고객에 충분히 매력적인 차량이었다.

강릉=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