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형목 천문연 원장, “사람 중심 천문 연구 하겠다”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때 더 훌륭한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기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우선시 하는 가치로 '사람'과 '관계'를 꼽았다. 천문연은 기존에 구축해 놓은 다양한 인프라와 정보를 기반으로 많은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형목 천문연 원장은 사람과 안팎에 맺는 관계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목 천문연 원장은 사람과 안팎에 맺는 관계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발표한 '천문·우주과학 전산융합센터(이하 전산융합센터)' 설립 계획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천문연이 설립하려는 전산융합센터는 관측 데이터를 모아 데이터베이스(DB)화 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국내 천문대와 한국우주전파관측망의 자료, 국내 고천문학 자료를 포함하는 거대 정보센터다.

이 원장은 전산융합센터가 확보한 정보를 모두 공개할 생각이다. 연구자는 물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티즌 사이언스' 구현이 목표다. 최근 일반인이 천문학 데이터로 다양한 연구에 기여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국민 세금으로 모은 데이터를 전문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신념이다.

그는 “과학 분야 연구는 연구원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면서 “천문학은 누구나 쉽게 관심을 가지는 과학 분야라 데이터 공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전산융합센터가 우리나라 IT 및 소프트웨어(SW) 역량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은 추격형 연구에 급급해 외국 SW를 활용했지만, 전산융합센터를 구축하고 나면 데이터가 풍부해져 관련 연구를 활성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 조직원을 대상으로 부서를 초월한 관계 맺기를 장려할 방침이다. 부서에 매몰되면 새로운 연구나 집단 연구를 시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덕분에 부서별 기기 전문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문 관련 기기를 자체 개발하는 워킹 그룹이 대표 사례다.

이 원장은 “천문연은 국내 천문 연구자 절반이 모여 있는 곳이라 내부에서 얼마든지 집단 연구를 할 수 있다”면서 “부서에서 부속품처럼 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종합 역량을 키워 큰 프로젝트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네트워크 구축에도 관심을 보였다. 천문연과 대학의 인력을 서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사실 이 원장은 서울대 물리천문학 교수다. 지금은 잠시 휴직하고, 천문연 원장직을 맡았다.

이 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대학 교수의 처우 차이 때문에 천문연에서 대학 교수가 돼 나가는 연구자는 많지만 반대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원활한 인력 순환이 이뤄지고 함께 협력할 수 있어야 훨씬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