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빠진 핀테크 지정대리인 제도...서두르는 금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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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분야 혁신성장을 위한 지정대리인 제도에 자본시장 관련 업무가 제외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제도 정비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 혁신 선제 대응에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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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가 시행한 지정대리인 제도에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는 신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보험, 여신전문회사 등 주요 금융업권은 물론 저축은행, 신협까지 모두 포함됐지만 금융투자업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금융회사가 핵심업무를 핀테크기업에 위탁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혁신 금융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우수 기술과 아이디어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회사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 이전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적극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방대한 거래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빅데이터와 AI 등 다양한 분야를 시험할 수 있는 분야가 금융투자업계”라며 “이번 지정대리인 제도에 금융투자업계가 제외됐다는 사실은 금융위가 혁신을 기존 법·제도 테두리 안에서 하겠다는 소극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투자업계는 이미 여타 금융업권 대비 활발히 신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블록체인을 통한 공동인증과 생체인증, AI를 통한 이상거래 감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 빅데이터 보유량은 은행이나 보험업권 대비 2배 이상에 이르러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기술 도입 가능성도 크다.

실제 대형 증권사는 이미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한 디지털 혁신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4일 '미래에셋 디지털 혁신 플랫폼' 홈페이지를 개장했다. 핀테크 허브를 만들어 금융투자업계와 핀테크기업, 유관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앞서 금융위가 실시한 지정대리인 제도와 같은 목적을 위해 도입된 사업이다. 하지만 지정대리인 신청 없이는 일반 소비자 대상 시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투자업계에 지정대리인 도입을 위해 법 개정에 준하는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 보험업 등의 법률과 달리 금융투자업은 개별 인가 자체가 금융의 본질 업무를 규정하는 특징이 있다”며 “위탁과 아닌 업무를 나누기 쉽지 않아 금융위 차원의 적극적 법령 해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만드는 일이 현행 법령 상 금융투자업 본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은행 예·적금, 보험사 할인 업무 등과 달리 명확한 기준이 없다. 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한 금융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로보어드바이저 등에 테스트베드를 도입한 만큼 향후 금융투자업계 수요를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특성에 맞는 별도 테스트베드 도입을 통해 핀테크 활성화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테스트베드 도입 분야에 대한 의견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