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모태 '동아차' 창업자 하동환 한원그룹 명예회장 별세

한국 자동차 산업의 초석을 닦은 하동환 한원그룹 명예회장이 2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0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10대 때부터 서울 신촌의 자동차 정비공장 기술자로 일하며 자동차와 연을 맺었다. 24살 때인 1954년 하동환 자동차제작소를 설립한 그는 이듬해 미군이 남기고 간 폐차의 엔진과 변속기에 드럼통을 펴서 만든 차체로 버스를 만들었다. 그가 '드럼통 버스왕'으로 불리게 된 사연이다.

버스 수요가 늘면서 1962년에는 사명을 하동환 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바꿨다. 서울 마포의 작은 창고는 구로동의 6600㎡ 규모의 공장으로 이전했고 국내 최초의 버스 전문 생산공장으로 발돋움했다.

1960년대에는 서울 시내를 다니는 버스의 70%가 하동환 자동차공업의 버스였다. 1966년에는 브루나이에 버스를 수출했다. 현대자동차 포니보다 10년 앞선 국내 최초의 자동차 수출이었다. 하동환 버스는 1967년 베트남에 수출됐다.

1977년 사명을 동아자동차로 바꾼 하 명예회장은 1984년엔 코란도를 출시한 거화를 인수한 뒤 코란도를 일본에 수출했다. 그러나 무차입 경영을 선호했던 그는 자동차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1986년 쌍용그룹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 하 명예회장은 트레일러를 만드는 동아정기를 운영하며 한원그룹을 일궜다. 현재 한원그룹은 한원컨트리클럽(경기 용인), 한원장학회, 한원미술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장청자 전 한원미술관 관장과 아들 성수 한원그룹 회장, 딸 성희·정은·승연씨 등 1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