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응답하라 2001

'SID 디스플레이위크 2018'에서 만난 한국과 중국 전문가 전망은 비슷했다. 중국이 아직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공격 투자로 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와 학계 관계자 얼굴에는 위기감과 안도감이 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서로 격려했다. 중국 기술력에 대해 대학과 기업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반성했다. OLED에서 분명 한국 후방기업이 좋은 투자 기회를 갖췄음에도 번번이 일본 기업에 밀리는 이유도 되돌아봤다.

한국이 세계 LCD 시장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한 2001년이 화제로 떠올랐다. 일본이 장악한 LCD 시장에 뛰어들었고 일본 견제 속에서 기업과 대학 모두 스스로 공부하고 개발하며 좌충우돌했다. 혹자는 '황무지'라고 표현할 정도로 가진 것 하나 없이 LCD 개발에 매진했다.

어려운 시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세계 LCD 시장 1위 국가로 성장한 비결은 기업, 대학, 정부의 '3인 4각 전략'이었다. 기업과 대학은 함께 연구하면서 기술력을 보강하고 인재를 길렀다. 정부는 굵직한 정책으로 기술 발전 토대를 다졌다.

지금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자화상은 어떤가. 중국에서는 한국 장비 기업끼리 출혈 경쟁을 벌이느라 경쟁국인 일본이 열매를 따먹고 있다.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삼성과 LG는 1등 경쟁을 하느라 다투고 있다.

혹자는 일본 디스플레이 후방산업 경쟁력이 여전한 비결을 '응집력'으로 꼽는다. 장비, 재료, 부품 기업이 서로 밀고 끌어 주며 똘똘 뭉치기 때문에 비록 전방기업이 위축돼도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위용을 떨친다고 강조했다.

처음 세계 LCD 1위 국가로 올라서던 때로 돌아가자. 그때처럼 힘을 모으지 않으면 위기를 견디고 돌파할 체력이 빨리 소진된다. 기업 간에 담합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불필요한 생태계 장벽을 없애고 과감한 파트너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1등 간 신경전은 한국이 위기를 벗어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로스앤젤레스(미국)=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