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CIO, 기업 성장 전면에 나서라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정보기술(IT)이 기업 성장을 드리븐(Driven)해야 한다.”

10여 년 전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모이는 자리에 가면 꼭 듣는 말이다. 금융·제조·유통 등 각 분야 CIO는 IT가 기업 성장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CIO 첫 역할이 IT 기반 혁신이라고도 얘기했다. 컨설팅 출신 CIO는 최고프로세스혁신책임자(CPIO) 역할도 수행했다.

[데스크라인]CIO, 기업 성장 전면에 나서라

몇 년 후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사회 여파가 컸다. CIO 역할은 IT 인프라 안정 운영과 보안 강화로 회귀했다. 이에 앞서 CIO가 외치던 혁신은 덫에 갇혔다.

이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CIO는 혁신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시스템 안정 가동과 운영이 핵심 과제였다. 세계 수준 IT 인프라를 갖추고도 혁신에 활용하지 못했다. CIO는 과거보다 더 데이터센터에 갇혔다.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서 제외됐다. CIO 출신 대표는 극소수였다.

몇 년 후 IT가 기업 성장을 이끌 기회가 왔다. 금융권부터 시작됐다. 핀테크가 등장했다. IT를 외면하던 은행장과 금융사 대표가 임원회의나 기자간담회에서 수시로 핀테크를 얘기한다. 핀테크로 무장해서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한다는 비전도 선포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출범해 깜짝 놀랄 성공도 거뒀다.

핀테크가 몰고 온 비즈니스 변화 핵심에도 CIO는 없었다. IT 기반 비즈니스 혁명이 일어났지만 IT를 가장 잘 아는 CIO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 사이 IT는 모르지만 비즈니스 사고가 투철한 현업 출신이 핀테크 핵심을 차지했다.

CIO는 핀테크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 전부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변화 흐름을 놓쳤다. 제조·유통 등 전 산업에서 IT는 생각하지 못한 사업을, 서비스를 창출했다. 과거 IT가 업무 효율화 인프라였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도구이다.

전 산업에 걸쳐 또 다른 큰 변화가 일어난다. '데이터 패권주의' 시대 개막이다. 금융, 제조, 유통, 의료, 서비스 등 산업에서 데이터 활용이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은 모두 데이터 기반이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 스마트 에듀케이션, 스마트 헬스케어 등은 데이터를 활용해 구현한다. 데이터 활용이 기업 흥망성쇠 잣대다.

기업 내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설치 주장이 나온다. 기업은 고민스럽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매번 'C레벨' 임원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 기업 핵심 자산이 된 데이터를 아무한테나 맡길 수도 없다. IT 기본은 데이터다. IT시스템은 데이터를 산출하고 활용하기 위해 만든다. 누구보다도 데이터를 잘 아는 내부 관계자는 CIO다. IT 조직에 몸담은 직원이다.

리서치 기업 포레스터에서 CIO 조사를 총괄하는 파스칼 마츠케 부사장은 “CIO는 기존 기술과 신기술을 포트폴리오로 관리하고 혁신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면서 “비즈니스 문제와 기술을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CIO가 새로운 요구인 CDO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정보화에 앞장선 CIO가 기업 성장을 드라이븐할 기회가 왔다. 데이터센터가 아닌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는 C레벨이 되기를 바란다. CIO가 핵심에 등장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IT 본부에 있는 많은 IT 직원은 CIO를 바라보고 있다.

신혜권 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