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신경영 25년, 글로벌 스탠더드에 집중해야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강력한 주문이었다.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외곽 켐핀스키 호텔에서 “변하지 않으면 잘해 봐야 1.5류까지 갈 수 있지만 일류는 될 수 없다” 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명한 '신경영 선언'이었다. 당시 이 회장 메시지는 분명했다. 변하라는 주문이었다. 그것도 뼛속까지 변할 것을 요구했다. '혁신' 말고는 삼성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신경영 이후 삼성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20여 년 만에 매출 13배, 수출 15배, 이익 49배가 늘었고 수많은 1등 제품을 만들어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40조원, 영업이익 53조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고 성과를 냈다. 실적과 기술력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도 세계 수준에 올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8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에서 7위에 올랐다.

신경영 25년을 맞는 삼성은 납작 엎드려 있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잔치라도 벌여야 할 분위기지만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악재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신경영 주역인 이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아직도 병상에 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3심을 기다리고 있다. 계열사와 자회사 분식회계, 주식 배당사고, 노조 와해 의혹 등 대형 사건에 휘말려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도 해법을 찾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을 이을 미래 먹거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실적은 날고 있지만 삼성은 위기다. 위기 본질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 삼성 같은 초일류 기업이 외풍에 시달린다는 것은 아직도 기업 운영과 경영 전반에 불투명한 구석이 많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지금 필요한 건 결국 '글로벌 스탠더드'다. 글로벌 기준을 갖춰야 존경받는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 사회 신뢰가 밑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초일류 기업 삼성이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표준과 신뢰 없이 위대한 기업이 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