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R&D 조세 감면, 섣부른 '일몰' 안 된다

[기자수첩]R&D 조세 감면, 섣부른 '일몰' 안 된다

기획재정부가 소관 부처로부터 일몰을 앞둔 연구개발(R&D) 조세지원 제도 평가서를 취합,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14개 R&D 조세 지원 제도 가운데 올해 일몰 대상은 10개다. 2016년 기준 감면액은 약 2조2000억원에 이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기업 R&D 총 투자액에서 4.2%를 차지한다. R&D 지원 성과와 과거 일몰 도래 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일거에 제도를 없애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감면 비율이다. R&D 제도 조세 감면 비율은 2013년을 기점으로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2013년 9.5%에서 2016년 6.1%까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R&D 조세 감면액은 2013년 9527억원에서 2016년 1조1469억원으로 늘었다.

그동안 정부는 R&D 투자 부담이 다소 적은 대기업 지원을 줄이고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언뜻 보면 정부 재원을 효과 높게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제도 취지가 제대로 구현됐는지 의문이다.

이 기간 중소기업 회사당 R&D 조세 감면 실적은 내리막이다. 2012년 평균 6700만원에 이르던 감면액이 2016년 4500만원까지 줄었다. R&D 투자에 나선 중소기업이 많아지면서 중기 혜택이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실은 회사당 감면액은 30% 가까이 축소됐다.

1975년에 최초로 도입한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비롯해 올해 일몰을 맞은 제도 상당수가 30~40년 이상 이어졌다. 그동안 기업 R&D 투자 부담을 덜어 줬음은 불문가지다. 정부가 혁신 성장을 외치는 지금이다. 기업 R&D 투자가 혁신을 담보한다. 기업 부설연구소도 매년 늘고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일몰 검토보다 제도 효율성 제고다.

대기업 지원 제도는 기술 이전 취득 등 혁신을 지원하는 형태로 보완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제도는 더욱 세밀하게 설계, 혜택을 늘려야 한다. 제도가 기업 투자 의지를 자극해야 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