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빅딜 담은 '싱가포르 공동선언' 나올까...종전선언은 '불씨 남아'

반전을 거듭한 6·12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세계 시선이 집중됐다. 두 정상이 만들어낼 결과물이 한반도 운명을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이 '싱가포르 공동선언문' 혹은 '공동성명'이 나올지는 베일에 가려있다. 통상 정상회담을 하고 나면 두 정상은 공동언론 발표를 겸한 기자회견 자리를 가진다. 북미회담에서도 공동선언문이 발표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결과물의 내용과 깊이 등 무게감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이정표다. 하나 더, 북미정상회담이 '종전선언'을 이끌어낼지도 관심사다.

◇싱가포르 선언문…CVID vs CVIG '초빅딜' 어느 수준일까

한국전쟁 정전 이후 65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미 정상이 어떤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까. 표면적으로 이번 회담은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거래다. 세부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합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날 양측이 큰 틀에서 '통 큰 거래'에 성공한다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중대한 계기가 마련된다.

북미 공동선언문 자체로서 갖는 의미도 크다.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가는 여정의 '첫 단추'이자 북미회담 성패를 가늠할 '바로미터'다. 앞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이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길을 텄다면 북미정상회담은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된다.

그간 미국이 요구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측이 비핵화 대가로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간 빅딜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선언문이 북한 비핵화 조치와 함께 구체적인 일정까지 담는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진전이다. 날짜 명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북핵의지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까지 언급된다면 첫 회담에서 얻는 최선의 성과라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미국의 보상 조치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도 주목된다. 대북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위한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앞서 여러 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강조했다. 현재 미국 측의 체제 안전보장 조치로는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협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북한과 세계를 위해 실로 밝고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것을 바란다”면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분명히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북미 선언문이 판문점 선언처럼 방향성에 대한 '포괄적 합의'만을 담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실무 후속 회담을 통해 가닥을 잡아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백악관 회동 후 6·12 북미정상회담을 '과정의 시작'이라 규정했다. 후속회담 개최 가능성을 여러차례 시사했다. 싱가포르 선언문은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합의문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스타일상 현장 담판 결과에 따라 파격적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초빅딜'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종전선언…합의 단계 넘어 '서명' 이뤄질까

종전선언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부터 기대감이 커졌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종전선언은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간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남북미 3자가 모여 최종 서명까지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실상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지만, 우리 측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다시 키웠다.

청와대는 북미가 회담 닷새 전까지 우리 측에 참여 의사를 전해오지 않는다면 종전선언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하루, 이틀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우리 측에 종전선언을 위한 싱가포르행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외교상 결례라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실무 준비 사항 등을 고려했을 때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 가능성은 희박하고 다음 회담에서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상 돌발 변수는 있다. 사전 계획보다는 현장 직감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좋을 경우, 이어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까지 직행하자고 급제안할 수도 있다. 기적 같은 남북미회담이 결정된다면 북미회담 당일 저녁, 혹은 다음날 전격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은 13일 예정된 지방선거 투표를 공식선거일 보다 닷새 앞선 8일 사전투표로 대신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놓은 상황이다.

이날 종전선언까지 이뤄지지 않더라도 싱가포르 선언문에 추진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전선언 추진과 북미 간 상호불가침 확인 등을 선언문 문구에 넣고, 구체적으로 정전협정 기념일 등에 공식 이벤트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여러 정황상 아직 북미 간 종전선언까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회담 직전까지 종전선언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