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출구조사에 여당 '환호', 야당 '침묵'...홍준표 '사퇴 시사'

13일 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가 진행되면서 여당과 야당의 희비가 극명히 교차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예고했다.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재보궐 선거에서 단 1곳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환호했다.

[6·13 지방선거]출구조사에 여당 '환호', 야당 '침묵'...홍준표 '사퇴 시사'

이날 오후 10시 30분 현재 개표현황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구와 경북, 제주를 제외한 13개 광역단체장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궐선거에서도 12곳 중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에서 1위를 달렸다.

민주당은 오후 6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 모여 출구조사 결과와 대표 방송을 지켜봤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잔칫집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출구조사 결과도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적 약세지역이던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해 수도권 3곳까지 모두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자 박수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추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로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데 (국민이) 큰 힘을 주셨다”며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끝까지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당직자와 함께 출구조사를 시청했다.

출구조사에서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자 홍 대표 얼굴이 굳었다. 김성태 원대대표는 크게 한숨을 지었다. 선거상황실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네 글자의 영어 문장을 올렸다. 홍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5곳 미 확보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은 침통한 분위기다. 출구조사 결과 전패 위기에 놓이자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당 전체가 사활을 걸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조차 밀려 3위에 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충격이 더 한 모습이었다.

손학규 선대위원장과 박주선·유승민 공동선대위원장, 정운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여 출구조사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오후 6시 출구조사에서 광역단체장, 재보궐선거에서 단 1곳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자 한숨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만이 흘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 나중에 다 지켜보고 입장을 말하겠다”고 답했다.

민주평화당도 조배숙 대표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조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기초단체장 선거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정의당도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모여 묵묵히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이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당에 확실한 심판이 내려진 선거”라면서 “압승이 예상되는 민주당의 독주가 오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거는 북미정상회담발 이슈 폭풍에서도 유권자 투표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지역 투표소에는 오전 6시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자녀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에 도착한 80세 어르신부터 스무살 새내기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경기지역 투표소에는 아침부터 투표 후 나들이나 출근하려는 가족, 직장인 유권자 발길이 이어졌다. 한 가족은 부모가 투표한 뒤 어린 아들과 투표소 앞에서 단란하게 인증샷을 찍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투·개표 지원상황실을 방문해 점검하며 “높은 투표율을 통해 주민이 원하는 자치가 가능해지도록 단 1%라도 투표율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투표소 1만4134개소, 개표소 254개소에서 실시됐다. 투표 17만7435명, 개표 10만5125명 인력이 투입됐다. 행정안전부는 투개표지원상황실을 운영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괄했다. 소방청과 경찰청은 각각 화재 관리와 선거경비를 지원했다. 한국전력과 KT는 전력 확보와 통신 관리를 맡았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