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코딩으로 불법 車튜닝 성행...“안전 해친다”

간단한 컴퓨터 코딩작업만으로 자동차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튜닝이 성행하고 있다.

차량 진단이나 정비 등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악용해 안전벨트 경고음 제거나 주행속도와 상관없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 등 20가지 넘는 기능을 맘대로 조작한다. 최근 이 같은 튜닝이 수입차 위주로 확대되고 있어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자동차 정비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진단과 정비에 주로 쓰이는 'VCDS'프로그램을 이용해 차량용 전자제어장치(ECU) 조작하는 불법 튜닝이 확대되고 있다. VCDS를 이용한 코딩 조작을 '베컴'이라고 부르는데 대형 포털 등에 차량 별로 베컴 이용방법이 쉽게 노출되고 있다.

차량용 진단 프로그램인 VCDS 화면.
차량용 진단 프로그램인 VCDS 화면.

VCDS는 자동차 제작사 별로 차량 진단이나 정비 편의를 위해 브레이크(전자식) 패드 교환, 엔진 오일 교체를 위한 리셋 등에 활용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불법 프로그램이 시중에 판매되면서 일부 정비 업체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ECU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3만~4만원을 받고 코딩을 대행하는 업체가 생겼고 차량 모델별로 개인이 직접 코딩할 수 있는 메뉴얼까지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한 후 전용 케이블을 컴퓨터와 EUC에 연결만 손쉬운 작업이 가능하다.

이 같은 코딩 작업을 통해 △차량 문 개폐 시 시동 꺼지는 기능 삭제 △안전벨트 경고음 삭제 △라이트 밝기·각도 조작 △ACC(크루즈컨트롤) 거리 설정 등이 20여 가지의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급제동 시 비상등을 작동시키거나 120km/h 등 과속 경고 기능 등도 있다.

국가 규격별로각종 편리 기능이 다르다는 점을 코딩을 통해 사용자가 임의대로 기능을 삭제 또는 추가하고 있다. 현재 베컴 조작이 성행 중인 자동차 브랜드는 폭스바겐, 아우디, 벤츠, 르노삼성차 등이지만 다른 브랜드로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정비 업체 한 대표는 “VCDS는 정비에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차량별로 100개 기능이 있다면, 국가별 규격에 따라 해당되는 기능만 오픈(허용)해 현지 판매하는 구조다”며 “일부 정비 업체가 서비스 차원에서 숨은 기능을 모두 오픈해주면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 대표는 베컴 작업 시 안전 위험뿐 아니라, 작업 실수로 인한 차량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서비스 보증 등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 차원의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국가별로 운전 환경에 따라 제한된 기능을 해제하는 건 도로교통법상 불법 행위다”며 “현재는 일부 수입차 업체만 사용하지만, 다른 브랜드로도 확산되고 있어 소프트웨어 근절 등 정부차원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