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기아차 '품질경영' 재점검 필요

[기자수첩]현대·기아차 '품질경영' 재점검 필요

현대·기아자동차가 다시 품질 논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문제가 단일 차종 또는 단일 부품에서 발생했다면 이번에는 범위가 넓다.

최근 이슈는 쏘렌토, 스포티지 등 일부 차종 에어컨에서 분출되는 '에바 가루' 문제다. 에바 가루는 공조기 작동 시 '에바포레이터' 알루미늄 코팅이 산화된 뒤 이것이 벗겨져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문제가 된 은색 금속 가루와 동일한 것이다. 정부는 에바 가루 유해성 조사를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도 당초 “건강에 무해하다”는 대처 방식에서 무상 수리 제공으로 방향을 바꿨다.

내수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싼타페TM'이 변속기 오류로 오르막길을 제대로 오르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변속이 이뤄지지 않아 엔진회전수(RPM)만 높게 올라가고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현상이다. 운전자는 사고 위험을 우려한다. 현대차는 일부러 그런 세팅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가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는 현대·기아차 차량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사고가 수백건 발생했다며 인터넷에 불타는 차량 동영상을 올린다. 미국 소비자 감시 단체인 워싱턴자동차안전 센터(CAS)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현대·기아차 차량에서 발생하는 원인 미상 화재에 대한 조사 요청 진정서를 제출했다. CAS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차량에서 원인 미상 화재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120건 접수됐다. 엔진룸 안에서 배선이 녹아내린 흔적을 발견하거나 연기 또는 냄새가 난다고 신고한 사례도 229건에 달했다. NHTSA는 이 사안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결과는 4개월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많은 연구개발(R&D)과 품질 경영을 앞세워서 글로벌 5위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발 속도전에 나서게 됐고, 그로 인해 문제가 다양하게 불거지고 있다. 이런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면 가까스로 잡은 소비자와 시장 신뢰를 놓치게 된다. 품질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