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혈세 투입된 친환경차, 해외 중고 판매 제한해야

국가보조금이 최대 2400만원 들어간 국내 전기자동차가 해외 중고차 시장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출고 2년 만에 중고차로 팔려 나가는 사례가 많아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친환경차 보급 정책 일환이다. 이에 따라서 국내 전기차 해외 반출은 친환경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가보조금이 실린 국내 모든 전기차는 폐차나 차량 등록 말소 시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해외 시장에 중고차로 팔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배터리 반납 의무 규정 적용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수천만원의 국가 보조금을 받은 국내 전기차가 해외로 무분별하게 빠져 나갈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업계는 수출 물량에 예외를 적용한 정부 정책에 의문을 표한다. 국내 거래는 배터리 반납 등 제약을 두면서 사실상 국가 친환경 정책 효과와 무관한 수출 차량에 특혜를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전기차 민간 보급 확대 기조와도 상반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전기차 보급률을 집계하고 목표치를 정해 국내 친환경차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해외로 나가는 물량은 관리하지 않는다. 정책 수립에도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용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중고 전기차 가격이 많게는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까지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중고차 중개인이 늘고 중고 전기차를 찾는 수요도 자연히 커지고 있다. 업계가 추정하고 있는 해외 거래 물량은 현재까지 약 200대 수준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대로 방치하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전기차 수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진이 높고 법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거래 확대는 당연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중고 전기차를 매물로 내놓는 주체는 렌터카 업계가 주를 이뤘지만 소문이 퍼지면서 개인 소유 차량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국민 혈세가 투입된 친환경차의 해외 중고 판매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