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노 코리아' 경쟁력 이어 가자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최신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나노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슈트를 입고 등장한다. 탄성과 강도가 높아 탈착이 편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파손을 복구하기도 한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탄소나노튜브(CNT)나 그래핀 같은 나노카본 복합 신소재가 웨어러블 기기 또는 우주·항공 산업에 적용되면 아이언맨 슈트도 현실화할 수 있다. 그 아이언맨 슈트가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2001년 국가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나노 기술을 육성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의 나노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세계 4위권으로 성장했다. SCI 논문수와 등록 특허 순으로 따진 경쟁력이다.

나노 기술은 특정 물질을 1에서 100나노미터(㎚. 1㎚=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원자·분자 단위로 다루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기능이 특별한 신소재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방수 스마트폰이나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이용하는 10㎚ 이하 반도체, 퀀텀닷(양자점) 기반 TV 등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나노 기술은 여전히 대다수 국민이 느끼기에 모호하고 어렵다. 원천 기술부터 제품 상용화까지 많은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나노 기술 기여도를 정확히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나노 기술의 공로는 늘 뒤에 묻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속된 나노 기술 투자는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천 소재 기술인 나노 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재나 부품 분야에서 나노 기술 기업과 수요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매칭 사업이 빛을 보고 있다. 그러나 소재 기술은 하루 이틀 만에 완성되지 않는다. 수요 기업이 신기능 구현을 위해 나노 기술을 필요로 할 때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 원천 기술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다음 달 11일 개막하는 '나노코리아 2018' 행사는 그동안 국내 나노 관련 산·학·연의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올해 완성되는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가 앞으로 10년 동안 나노 연구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