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클라우드 삼국지: 정부예산 매년 1조원 절감법

김현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
김현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

대한민국은 공공 부문이 다소 큰 나라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을 포함하면 공공기관 수는 1200개가 넘는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매년 지출하는 IT 예산 규모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2018년 정부 및 공공부문 IT 총 예산은 4조2515억원, 이 가운데 SW 구축 사업 예산은 2조9916억원이다.

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매년 정부 예산을 1조원 이상 절감하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표 사례다.

대체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입으로 IT 예산을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80~9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클라우드 도입으로 공공 부문에서 50% 이상 비용을 절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실제로 80%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모든 정보화 사업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도 충분히 가능하다. 클라우드의 도입으로 연간 1조원 이상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

가능성을 알았기 때문에 정부의 초기 노력은 매우 적극이었다.

옛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5년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 촉진법을 제정했다.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도 도왔다. 2016년부터 모든 공공 IT 사업은 클라우드 우선 검토를 예산 편성 지침에 못 박았다. 정부 조직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도 도왔다. '공공기관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을 2016년에 만들었다. 이른바 한국판 클라우드 삼국지가 시작됐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현재 공공기관의 20%가 클라우드를 도입했지만 체험형에 가까워서 무늬만 클라우드다. 클라우드 예산은 전체 IT 예산에서 1%도 안 된다. 클라우드 우선 검토를 예산 지침에 못 박기는 했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보안과 정보 등급 등의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이 적절치 않다고 답하면 도리가 없다.

행안부의 가이드라인도 당초 의도와 달리 공공기관 클라우드 확산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가이드라인에서 클라우드 도입 기준으로 제시하는 정보등급제가, 클라우드 도입을 기피하는 핑계거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등급이 낮은 IT 사업만 클라우드를 도입하도록 돼 있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정보 보안 등급이 낮다고 평가할 공공기관은 거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시된 것처럼 공공 부문의 모든 IT 사업은 클라우드 전환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돼야만 한다.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과기정통부는 현재 53개 산하공공기관에 임명한 클라우드 도입촉진담당관(CCFO)을 전 부처의 1200여개 산하기관으로 확산시키기만 해도 효과가 크다. 기획재정부도 예산 지침에 한 줄 넣고 끝낼 일이 아니라 클라우드 도입을 제대로 관리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행안부 역할은 더욱더 중요하다. 행안부가 만든 클라우드 촉진 가이드라인이 당초 의도와 달리 클라우드 억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이를 막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폐기해도 이미 클라우드 보안 인증 등 장치가 마련돼 있어 문제는 없어 보인다.

클라우드는 예산 절감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촉진, 공공 혁신, 대국민 혁신 서비스 발굴, 사회 현안 해결을 포함한 수많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준다.

클라우드는 4차 산업혁명을 가능케 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엔진이다. 정부·공공 부문이 클라우드 활용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시작될 수 있다.

김현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 hyeonkon.kim@bespin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