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울어진 운동장' 늦기 전에 바로세워야

정부가 수년째 논란을 겪고 있는 '맥주 시장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에 나섰다. 주세법을 개정해 국내 업계 역차별을 막겠다는 의지다. 업계는 정부가 그동안 수많은 검토와 관련 용역 연구를 하고도 결정을 미뤄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법 개정안은 매년 건의되지만 맥주 주세 개정안이 포함된 것은 올해 처음이다.

사실 국내 소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편의점 수입 맥주 가격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생소한 브랜드 수입 맥주는 그렇다 쳐도 알 만한 유명 브랜드 수입 맥주조차 국산 맥주보다 낮게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된다.

상식선상에서 더 많은 세금이 붙을 것으로 생각되는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더 적은 세금이 부과되는 역차별이 '기울어진 운동장' 원인이다. 수입 맥주는 낮은 수입 신고 가격에다 낮은 세금이 붙은 가운데 여기에 높은 이윤을 더해서 비싼 판매 가격을 정하고, 이 가격에서 할인 이벤트를 실시해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힘겨운 경쟁을 벌여 온 국산 맥주 제조업계는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조성해 달라고 읍소하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가 주세법 개정을 예고했다. 아직 추진 단계여서 개편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결정된다 해도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불합리한 구조를 인지했을 때 우리 산업 보호 차원에서 선제 대응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산업계 많은 영역에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비교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기업 규제에서 사각지대가 있다면 서둘러 해결책을 찾거나 국내 기업도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방치해 국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 기업 지배력을 높여 주는 것은 직무유기다.

최근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과 산업 보호에 혈안이 돼 있다. 우리는 내수 시장 규모가 작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여서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기업과 산업 보호 차원에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공정한 사회다. 미루고 방치해서 피해를 키우는 것은 우리 입지와 대응 논리만 약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