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선거 '점령군'과 '게스트'

지방선거가 끝났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같은 당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지역은 큰 변화가 없지만 바뀐 지역에는 '인사 태풍'이니 '물갈이' 설(說)이 나돈다.

특정 정당이 오랜 기간 장악해 온 지역일수록 심하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이던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이 바로 그렇다. 경남에 무소속 후보가 한 차례 당선된 것을 제외하고 모두 특정 정당 단체장이 20년 이상 지방정부 운영을 독식한 지역이다.

부산시는 최근 25개 산하 출자·출연기관장과 고위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당선자 취임을 전후로 교체할 사람을 신속하게 솎아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울산과 경남도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상당수 기관장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기관장은 당선자 캠프측이 벌써부터 점령군처럼 행세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논공행상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장 인선은 단체장 고유 권한이다. 단체장 철학이 담긴 정책을 일선 현장에 구현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단체장과 정책 코드도 맞아야 한다.

그러나 기관장 능력이나 그동안 거둔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당선자나 캠프 측 입맛에 맞도록 무조건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임 시장이 임명했다거나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바뀌고, 당선자와의 친분이나 선거 기여도 등에 따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기관장 인선은 또 다른 적폐다.

선거에서 동남권 표심은 지방 정권 교체를 택했다. 단체장 자리를 독식해 온 특정 정당 심판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상대가 못해서 이긴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새로운 지방 정부를 구성할 당선인과 측근은 '점령군'이 아니라 지역에 초대된 새로운 '게스트'다. 지역민은 4년에 한 번 게스트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