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데이터 공개 의무화해야

[기자수첩]데이터 공개 의무화해야

“챗봇에 쓸 데이터가 없어 중국으로 갑니다.”

온·오프라인연계(O2O) 분야 한 스타트업 대표와의 저녁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중국에는 돈 주고 데이터를 사고파는 거래소가 등장했다”면서 “반면에 국내는 공공 데이터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공개된 자료도 믿을 수 없다는 그는 “개인정보보호법을 피하다 보면 쓸 만한 부분은 삭제되기 일쑤”라면서 “사업화로 연결하기에는 내용이 부실하다”고 덧붙였다.

엄살이 아니다. 법원 판결문 공개도 이뤄지고 있지만 챗봇과 같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대법원이 운영하는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 등록, 열람 가능한 판례는 전체 소송 건수 가운데 1%에도 못 미친다. 대표 판례만 임의로 추려서 선보이는 수준이다.

법원이 지나치게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름, 연락처를 포함한 개인 정보가 가려진 판례를 오래 전부터 공개해 온 상황에서 열람 범위 확대는 안 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공공 데이터 공개에 관한 법률은 있지만 권고 수준일 뿐 의무 조항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공개에 적극 나서는 곳이 드물다. 괜히 외부에 자료를 넘겼다가 뜻밖의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중국은 우리보다 몇 발짝 먼저 움직였다. 중국 구이저우성의 성도 구이양에 빅데이터 거래소를 세웠다. 지난해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은 이 거래소를 통해 150여 업체가 보유한 70억원 상당 데이터를 사들였다.

국내 빅데이터 기업 상당수가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데이터를 사러 중국에 가는 풍경이 일상화될 수 있다.

데이터 미공개는 AI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 AI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데이터 공개 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 역설이지만 개인 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할 궁극 수단이 AI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개 가능한 데이터를 가려내 해당 기관에 의무를 씌우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