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블록체인, 희소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ET단상]블록체인, 희소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희소 질환 포털인 오파넷에 따르면 희소 질환은 2016년 기준 6084가지이며, 전 세계 유병 인구는 3억500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에는 희소 질환이 총 2000여종 있으며, 유병 인구는 60만명으로 집계된다.

얼마든지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희소난치병은 천문학 규모 경제 손실을 가져오지만 환자들이 겪는 절망 상태의 투병 생활을 생각한다면 큰 문제도 아니다.

신약 개발 제약 회사나 치료법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는 체계를 갖춰 수집된 건강 데이터가 필요하다. 건강 데이터는 전문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료 데이터와 다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그래서 심장 박동 수는 얼마나 됐고 체온은 어땠는지, 또 기분은 어땠는지 등 당신이 매일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몸에 대한 모든 데이터도 건강 데이터다.

종류는 환자가 생성한 △건강 데이터 △유전 데이터 △의료 데이터 세 가지다. 이 가운데 휴먼스케이프가 집중한 건 환자가 생성한 데이터, 바로 PGHD(환자가 입력한 건강 자료)다.

PGHD는 건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체계화해서 수집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아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PGHD를 수집하려 시도한 서비스로 페이션스라이크미라는 서비스가 있다. 전 세계 가입자는 60만명이다. 페이션스라이크미는 가입 환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제약 회사와 연구소에 제공, 수익을 거둔다.

그러나 자신의 데이터를 자발 입력하는 액티브 유저는 1만7000명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데이터로 발생한 수익을 데이터 주인인 환자가 아니라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회사가 독점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환자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획한 이유도 이와 같다. 환자가 생성한 데이터는 제약 회사와 연구소에서 사용한다. 환자는 업체에서 발행한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 주권을 환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사용된다. 암호화된 환자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게 관리한다. 환자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본인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알 수 있다. 정당하게 보상도 받을 수 있다. 희소난치병 환자는 지속해서 데이터를 입력, 자신에게 적합한 임상시험에 참여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주로 토큰을 통한 보상에 관해 말한다. 그러나 그 보상이 어디서 오는지, 얼마가 될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실제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는 그 문제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휴먼스케이프에서 환자들은 그들이 입력한 데이터에 대해 보상받게 된다.

데이터의 주된 판매처 가운데 하나로 시판후조사(PMS) 시장을 들 수 있다. 제약 회사는 약을 시판한 후에도 부작용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시행한다. 이 조사가 PMS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PMS 실시가 의무 사항이다. PMS 시장 규모는 1조원을 웃돈다.

그러나 의사가 모든 환자 상황을 체크하기는 어렵다. 환자도 자신의 모든 증상이나 투약 정보를 모으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PMS에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환자가 자신의 건강 데이터만 정확히 입력하면 보상으로 약 3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 금액은 환자들이 데이터를 입력할 유인으로 충분하다.

이 프로젝트 팀은 이런 데이터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오직 토큰 가치 상승을 통해서만 수익을 얻는다. 당연히 데이터 거래에서 수수료가 없게 되고, 모든 수익은 토큰을 통해 환자에게 돌아간다. 이런 순환에서 토큰의 가치를 오르게 한다.

또 다른 데이터 판매처로는 임상시험 시장이 있다. 전 세계 임상연구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400억달러 수준이다. 제약 회사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은 주로 병원에서 의사 도움을 받아 환자를 모집하지만 적절한 환자 모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에 광고물을 붙이거나 환자 커뮤니티 등에 광고물을 게시, 환자들을 모은다.

이때 사용되는 금액이 임상연구 전체 비용 가운데 약 13%인 52억달러(약 5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환자 데이터를 체계화해서 모은다면 쉽게 줄일 수 있는 지출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헬스케어 산업에 필수인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희소난치병 치료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휴먼스케이프 장민후 대표 stephen@humanscap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