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적정이윤

[기자수첩]적정이윤

'적정 이윤'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대기업이 협력사 제품 공급 단가를 '후려치면' 안 되고, 먹고 살 정도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렇다면 적정 이윤은 대체 얼마를 말하는 것일까. 달라는 대로 다 주는 것이 적정 이윤일까.

삼성이 1차 협력사 A사가 달라는 대로 이윤을 챙겨 줬다. 그렇다면 삼성과 거래가 없는, 향후 거래를 희망하는 B와 C사는 어떻게 될까. 인위로 이윤을 챙겨 주면 협력사 A와 비협력사 B, C의 격차는 더 벌어지지 않을까. 이런 불공정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과연 A는 그들의 협력사에도 적정 이윤을 챙겨 줄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경쟁하지 않는다. 중소기업끼리 경쟁한다. 경쟁하다 뒤처지면 망하는 것이 자본주의 질서다. 그런데 정부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 같은 이상한 제도를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조달 시장에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부쩍 늘었다. 인위성 시장 개입은 이런 폐해를 조성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당장 회사를 쪼개겠다는 회사도 많아졌다. 규모 경쟁력 없이 소기업만 가득한 그런 나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갑 같은 을이 있다. 남이 만들지 못한, 그야말로 혁신 제품을 만드는 이들이 갑 같은 을의 위치에 있다. 이들이 만든 혁신 제품은 높은 가격을 받는다. 더 높은 이익을 얻고 싶다면 남이 못하는 혁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짠 결과”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면 삼성과 거래하려는 기업이 없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전 산업군에 걸쳐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에선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협력사를 모셔 가지 못해 안달이다. 그들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를 낮추는 건 혁신이다. 스마트폰 성능은 매년 20~30%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전년과 대동소이하다. 원가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금세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이런 경영 혁신 정상 활동을 '쥐어짰다'고 표현하는 게 이 나라 여당 원내대표 인식이라니 씁쓸하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