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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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역할과 책임(R&R)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요람으로써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 일자리 확보'에도 기여해야 한다. 연초 새 수장으로 취임한 양성광 이사장이 바꿔놓아야 할 특구재단 변화상이다.

양 이사장은 취임 초부터 연구개발특구 클러스터화를 거론했다. 목표는 전에 없던 소통 기반을 만들고 기술사업화 체계를 일신한다는 것. 대덕, 대구, 부산, 광주, 전북 등 전국에 퍼져있는 특구를 시작으로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가 개발한 과학기술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해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양 이사장이 생각하는 연구개발특구 역할과 미래 청사진을 들어봤다.

“나 혼자만의 머리로는 인공지능(AI)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큰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연구개발특구가 안팎으로 소통하고 큰 생태계를 이뤄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재단 이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특구재단 안팎에서 강조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소통'이다. 특구에서 나온 지식을 시장에서 통하는 가치로 변화시키려면 특구 안팎에서 정보를 나누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그가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덕목이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연구개발특구 내 여러 구성요소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더 많은 기술사업화 및 창업 사례를 창출하는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연구개발특구 내 여러 구성요소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더 많은 기술사업화 및 창업 사례를 창출하는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이사장은 이렇게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를 경험에서 찾는다. 양 이사장은 과학기술부 공무원 출신이다. 교육과학기술부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R&D) 및 기술사업화 업무를 수행했다.

양 이사장은 “과기부에 근무할 때는 기관 목표와 환경 및 사용 문법이 상이해 원활한 협력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 같은 중앙 정부와 연구 현장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양자를 상호 연계해주는 가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구재단이 바로 이 같은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봤다. 과학 분야 산·학·연·관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잇는 '소통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특구재단은 특구 내 출연연과 기업 간 소통을 지원하는 데 적극성과 기반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가 전체 R&D 비용 14%가 특구에 투입되고 있는데 비해 특구 내 기업 매출액은 전국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구 내 누적 특허 등록 건수는 11만건에 달하는데 정작 이를 활용해 벤처 창업이나 기술 사업화를 하려는 수요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소통이 잘 이뤄진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특구와 기업 간 연결고리를 공고히 해 체계적 연계와 기술사업화가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기술공급자와 수요자 사이 불통을 해소해야 기술 사업화 과정에서 마주치는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5개 지역 특구별로 '혁신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기술 분야별, 활동 영역별로 외부 협력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혁신네트워크는 기술찾기포럼이나 데모데와 같은 특구재단 사업과 연계할 방침이다. 이미 구체화한 네트워크 분야만 10여개에 이른다. 네트워크 운영을 지원하고 수요·공급 연결을 주도할 전문기관도 선정했다.

기술 수요자 데이터베이스(DB)도 만든다. 이를 통해 신규 유망사업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수요자 중심 맞춤형 기술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이 가진 주력상품과 향후 기술 수요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매칭 정확도를 높이면 기술을 보유한 출연연 기관과 기업 소통을 확대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이사장은 “그동안 특구 개발 기술을 기업에 연결해주는 일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특구와 기업 수요를 망라한 DB를 확충해 더 많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수요자 중심으로 매칭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형성 및 DB 활용으로 기술을 지원한 기업에는 전문가 컨설팅, 사업화 과제 연구개발(R&BD) 지원, 후속 연구 지원 등 우수성과 창출에 필요한 후속 지원도 제공한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양 이사장 소통 확대 구상은 출연연과 기업 사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지역 테크노파크(TP)와 같은 지원 기관과 힘을 합쳐 공동 지원 사업에 나서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성격이 유사한 기관끼리 힘을 합치면 그동안 미쳐 신경 쓰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 더 촘촘한 지원망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기업에 기술을 지원해 주는 '클리닉 센터'를 공동 구축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양 이사장이 추구하는 궁극 목표는 '기술사업화 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특구 내 출연연과 연구소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계와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상승효과를 내는 기반으로 만들자는 구상이다.

특구를 중심으로 건립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활용한 생태계 확대도 복안으로 내놓았다. 과학벨트 역시 특구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기반 소통 및 기술사업화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는 새로운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학벨트는 과학연구와 기반 산업을 융합하는 새로운 지식 클러스터다. '과학'과 '비즈니스'를 담은 이름처럼 과학수준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산업 및 비즈니스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주축으로 순수과학에 뿌리를 둔 새로운 사업화 가능 기술을 창출하는 곳이다.

이미 소통·협력관계 구축에도 나섰다. 특구재단은 지난 5월 말 IBS와 기초연구성과 사업화 강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우수성과 및 특허를 전담팀에서 특별 관리하고, 사업화를 이루는 데 공동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과학벨트 내에 기술사업화 공간인 '사이언스비즈(SB)플라자'를 직접 구축한다. 이를 통해 기술사업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SB플라자는 과학벨트 기능지구인 세종, 청주, 천안에 조성 중인 지구별 비즈니스 혁신역량 강화 기반이다. 연내 완공돼 해당 지역을 아우르는 기술 비즈센터 및 창업 코워킹 센터 역할을 하게 된다.

양 이사장의 꿈은 연구개발특구와 이곳에 구축하는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을 토대로 한국판 '애플'을 키워내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창업가DNA'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자에게는 창업 DNA가 없습니다. 대부분 연구자는 안정된 연구를 선호합니다. 반면에 기술은 없지만 상품화를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애플은 워즈니악이라는 천재가 스티브 잡스라는 경영자를 만나서 성공한 것입니다.”

양 이사장은 이어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만 있는 창업팀은 경영을 잘하는 곳에 매각해 경영을 맡기는 것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그가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이처럼 기술과 경영 매칭을 통한 성과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개발특구는 많은 기술 인력과 인프라를 토대로 세계에서 주목하는 기술성과를 쏟아내고 있다”면서 “이를 사업화할 기업과 연결만 잘 이뤄지면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을 지속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구 내에서 '미꾸라지' 같은 존재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내부 직원이 관행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싶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 직원에게 각각 임무를 줬다. 수동적으로 일하기보다는 전문성을 높여서 스스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도 전파했다.

“대전은 연구단지가 있어서 기술창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좋습니다. 다만 투자는 서울에서 받아야 합니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주고자 합니다.”

양 이사장은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개발 예산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전받는 기업이 사업화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지원도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