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노사, 상생 패러다임 기대

[기자수첩]현대차 노사, 상생 패러다임 기대

“올해 임금 협상은 일찍 끝날 겁니다. 노조도 위기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어요.”

지난주에 만난 현대자동차 한 직원은 “예년과 확연히 달라졌다”며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 역시 회사 안팎으로 어려워진 경영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사측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밤 10시. 올해 현대차 임금 협상 잠정 합의를 알리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울렸다. 2010년 이후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잠정 합의안 도출이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날까지 합의안을 받아들여야 휴가 전 타결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협상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잠정 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250% 및 격려금 28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임금 인상과 성과급 수준을 경영 실적과 연동하도록 합의점을 찾았다.

미국발 수입차 관세 폭탄 움직임 등 급속도로 악화되는 수출 환경 심각성에 따라 노사가 공감한 결과다. 올해만큼은 관례로 치러진 파업을 지양하고 교섭 장기화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 리스크는 한국 자동차 산업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악재로 꼽혀 왔다.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노조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강성 노조를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래 네 차례를 빼면 매년 파업을 했다. 총파업 횟수는 430여회, 생산 차질 규모는 150만대, 매출 손실은 20조원에 이른다.

근로시간 조정과 생산성 하락에 대한 해법도 내놓았다. 먼저 노사는 심야 근로 단축에 합의했다. 현재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는 현대차는 내년 1월 7일부터 심야 근로 시간을 20분 단축하고, 줄어든 물량은 시간당 생산 대수를 올리는 등 생산성 향상으로 만회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효율 대응을 하기 위해 라인별 물량 불균형을 해소, 노사 마찰도 줄여 나갈 방침이다.

이제 공은 조합원에게 넘어갔다. 26일 열릴 잠정 합의안 투표가 찬성으로 가결되면 조합원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자력으로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벗고 노사 상생과 화합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